40원짜리 쓰고 또 쓰는 치과…치통보다 무서운 '감염'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송학주 기자 2018.08.0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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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3>감염관리](종합)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와 함께 발생 빈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부담이 큰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40원짜리 쓰고 또 쓰고…치통만큼 겁나는 '감염'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3>감염관리]①치료중 혈액노출↑…감염우려↑
삽화=최헌정 디자이너삽화=최헌정 디자이너


40원짜리 쓰고 또 쓰는 치과…치통보다 무서운 '감염'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는 코스피상장사 메디플란트 (70원 ▲7 +11.11%)의 모회사인 메디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A씨(53)는 임플란트 시술 후 왼쪽 아래턱 잇몸의 붓기가 2주나 가라앉지 않았다. 통상 시술 후 이틀 정도면 붓기는 가라앉는다. 진통제와 소염제를 계속 복용했으나 소용없었다.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약을 복용하자 2~3일 후 붓기가 사라졌다. 오염된 임플란트를 사용해 염증이 발생한 것이다.



2일 보건복지부 및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국내 의료관련 감염 발생률은 입원환자의 5~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도 의료관련 감염은 7~10%로 비슷한 수준이다. 치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올 초 영국에선 치아교정 치료를 받은 15세 소녀가 심장을 둘러싼 판막에 생긴 염증(심내막염)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의료사고가 발생해 이슈가 됐다. 치아교정기에서 나온 금속 박테리아가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장에 전염된 것.

차정열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교수는 “국내에서는 역학조사를 실시한 지 얼마 안돼 심각한 치과의료 감염사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면서 “하지만 미국의 경우 핸드피스 감염 등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치과에서도 감염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과에서 “위잉~” 소리를 내며 살짝 공포심을 자극하는 구강용 전동드릴이 핸드피스다. 치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며 치료 시 혈액이 묻을 가능성이 높아 사용 후엔 반드시 여러 단계에 걸쳐 멸균한 후 멸균 파우치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1개당 100만원 정도라 유니체어(치료 시 환자가 앉는 의자)당 한 개 구비하는 수준인 데다 멸균하는 데 90분 정도 소요돼 환자가 많은 날엔 멸균하지 않은 채 핸드피스를 사용하는 치과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감염관리가 치과의 마케팅 포인트가 될 정도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감염관리정책을 대형병원 중심으로 시설기준 강화, 감염관리실 확대, 감시체계 구축 등 주로 인프라 및 외연 확대에 집중했다. 치과는 아예 관리대상에서도 제외돼 감염관리에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치과는 타액, 혈액 등에 쉽게 노출돼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의료수가(의료행위가격) 적용이 안되다 보니 재사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안에 고인 물이나 피를 빨아들이는 일회용 석션팁/사진제공=메디파트너입안에 고인 물이나 피를 빨아들이는 일회용 석션팁/사진제공=메디파트너

입안에 고인 물이나 피를 빨아들이는 석션팁이 대표적이다. 스케일링, 충치치료 등 일반치료에는 40원짜리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일부 치과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일회용 석션팁을 재사용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치과업계의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석션팁, 환자 얼굴 덮개 등 일회용품을 간단히 세척해 재사용하는 곳이 많다”며 “치과치료는 구강 내 출혈이 있기 마련이어서 일회용품 재사용은 감염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치과업계는 꼭 필요한 일회용 의료용품은 의료수가 반영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칙적으로 모든 의료도구는 멸균 후 멸균상태를 색깔로 확인할 수 있는 멸균파우치에 넣어 보관하고 2주가 넘으면 다시 멸균해야 한다. 고압증기멸균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멸균기 테스트도 최소 1주일에 한 번은 해야 한다.

차 교수는 “사용했던 의료도구를 멸균하지 않고 다음 환자에게 또다시 사용하면 혈액을 매개로 B형간염이나 C형간염 같은 교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환자가 에이즈 등 감염자일 수도 있어 모든 환자를 간염보균자라고 생각하고 감염관리를 해야 한다”며 “감염자 치료 시 의료진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감염관리대상은 의료도구에 그치는 게 아니다. 멸균기 등이 있는 감염관리실은 가장 위생적인 공간이어야 하는데 치과 개원 시 감염관리실의 싱크시설 및 테이블 인테리어도 스테인리스스틸이 아닌 스팀청소가 불가한 목재 등으로 제작해 오염과 각종 벌레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위생사나 근무자들이 쉴 공간이 없어 이곳에서 음식섭취 및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멸균된 의료도구라도 이런 곳에서는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치과를 비롯한 의료기관들의 감염관리문제가 지적되면서 보건복지부도 실태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 치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으며 현장방문조사도 나갈 예정이다. 치과 감염관리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결과는 11월 나올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의료관련 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감염관리실과 감염관리담당자 지정 의무화 등을 치과에도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감염관리를 위한 필수 소모품 비용 등에 적정보상도 추진키로 했다.
석션팁 등 구강용 의료도구를 소독하는 ‘고압증기멸균기’. /사진 제공=메디파트너석션팁 등 구강용 의료도구를 소독하는 ‘고압증기멸균기’. /사진 제공=메디파트너
김유경 기자

모든 기구 낱개 멸균포장…환자앞에서 뜯어 사용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3>감염관리]②국제기준 감염관리체계 갖춘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가보니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진료실에 낱개로 멸균포장된 의료기구들이 놓여 있다./사진 제공=연세대 치과대학병원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진료실에 낱개로 멸균포장된 의료기구들이 놓여 있다./사진 제공=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개인병원이 90% 이상 차지하는 우리나라 치과계는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의료기관인증평가가 시행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감염관리실에서 자체적으로 감염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축해 관리하지만 개인병원은 아직 의료진의 양심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우리나라 최고 수준으로 감염관리를 하는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을 찾아 감염관리 국제기준을 직접 확인했다.

연세대 치과대학은 글로벌화를 목표로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치의학 교육인증제도인 CODA(the Commission On Dental Accreditation)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CODA는 미국치과의사협회(ADA)가 위탁한 치의학교육 총괄 인증평가기관이다. 이곳에서 인증을 받은 치과대학 졸업생만이 미국 치과의사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선 최고 수준의 감염관리 실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연세대 측의 설명이다.

차정열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교수(안전&감염관리위원장)는 “인증조건을 갖추기 위해 멸균실을 새로 만드는 등 치과병동을 리모델링했다”며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최종 인증을 받는다면 국내 치과병원이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과병동에 들어서자 우리가 흔히 방문하는 동네치과와는 크게 달랐다. 한두 개에 불과했던 유니체어(치료 시 환자가 앉는 의자)가 수십 개에 달하고 모든 의료기구가 소독·멸균과정을 거쳐 낱개로 포장돼 있었다. 특히 포장지에는 언제 멸균했는지와 균의 침투 여부를 색깔로 확인할 수 있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환자가 유니체어에 앉으면 그 자리에서 포장을 뜯어 사용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한편에 마련된 감염관리실에는 2개 문이 따로 설치돼 있다. 하나는 사용된 의료도구가 들어오는 문이고, 하나는 멸균과정을 거쳐 밀봉된 도구가 나가는 문이다. 사용 전후의 의료도구가 교차되면서 균이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한 리모델링에 수천만 원을 투자했다.

차 교수는 “감염관리를 위해 전문인력이 상주하고 30명에 이르는 직원이 의료진의 안전수칙 수행을 모니터링한다”며 “매 분기 점수를 매겨 어느 부분이 미진한지 수시로 점검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얼굴 덮개, 의료진의 위생장갑이나 마스크, 석션팁(입안에 고인 물이나 피를 빨아들이는 도구) 등은 모두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일회용품에만 연간 수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게 연세대 측의 설명이다.

차 교수는 “위생장갑만 끼면 안전하다는 안이한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의료진의 위생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울러 치과병원들이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수가 반영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

"칫솔을 전자렌지에 돌리면 세균이 사라진다?"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치아관리 팁② 칫솔 세균번식 막으려면…
40원짜리 쓰고 또 쓰는 치과…치통보다 무서운 '감염'
칫솔에 서식하는 세균은 대장균, 포도상구균, 녹농균, 살모넬라균 등 무려 700여종에 이른다. 화장실의 습도와 온도는 세균번식에 안성맞춤이어서 칫솔을 물로 아무리 세척해도 또다시 번식한다. 손쉽게 칫솔을 세균으로부터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칫솔은 무엇보다 건조가 잘되고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서로 접촉되지 않게 보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칫솔을 한 통에 담아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세균이 다른 칫솔로 이동해 구강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살균을 위해 칫솔을 전자레인지에 30초~1분가량 돌려 사용하라는 생활 팁도 있다. 전자레인지에 칫솔을 돌리면 세균이 40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기는 하지만 열로 인해 칫솔모나 칫솔에 변형이 올 수 있고 합성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칫솔 손잡이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도 있다. 전동칫솔의 경우엔 건전지 및 금속부품이 있으므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것은 폭발 등 매우 위험하다.

칫솔살균기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칫솔살균기가 없다면 구강청결제에 20분 정도 담가놓은 후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건조하는 방법도 있다. 칫솔은 일반적으로 2~3개월에 한 번 교체하는 것이 세균증식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정보제공=연세대학교 치과대학 통합치의학과, 정리=송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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