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 증권사, 상반기 실적 극과극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8.08.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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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이베스트證, 선제적 구조조정에 실적호전 M&A가 '약'…불확실성 확대 악재로 작용하기도

경영권 매각을 진행한 증권사들의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매각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사업 다변화에 나선 곳은 호황기를 맞아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반면 경영권 변동 등 불확실성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된 곳도 있어 대조를 이뤘다.

경영권 매각 증권사, 상반기 실적 극과극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8,330원 ▼20 -0.24%)가 인수를 추진 중인 하이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348억원(개별 기준)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70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미 연간 실적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다.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효과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경영권 매각에 앞서 리테일(지점) 수익 개선을 위해 지점 영업직의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부실을 전액 손실 처리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1월 DGB금융지주와 M&A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12일 정례회의에서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여부를 최종 심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던 이베스트투자증권 (4,590원 ▲40 +0.88%)도 M&A가 약으로 작용하며 실적 호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초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PEF(사모투자펀드) G&A가 경영권 매각을 위해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본계약 체결에는 실패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후 매각을 서두르지 않고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온라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외에 IB(투자은행)와 자기매매 확충을 통한 수익 다변화를 추진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2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지난해(238억원)보다 25.6% 증가한 성과를 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5.1%로 지난해에 이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경영권 매각을 마무리한 SK증권 (531원 ▲2 +0.38%)은 저조한 성적을 냈다. 상반기 순이익 82억원을 올리는데 그쳐 지난해 상반기(207억원)보다 60.7% 급감했다.

올 상반기 주요 증권사가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SK증권의 실적 둔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SK증권이 지난해 초 케이프투자증권과 M&A 협상에 실패하는 등 경영권 매각을 1년 넘게 끈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강점이던 채권영업 부서의 인력 이탈이 있었고 채권운용과 PF(사모펀드) 부문의 수익 감소가 실적 둔화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텍셀네트컴이 인수를 추진 중인 골든브릿지증권 (465원 ▼2 -0.43%)은 상반기 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M&A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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