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차량 화재 연간 5000대인데, BMW만 비난한다고?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8.08.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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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화재 통계적으로 봐도 올 BMW 화재 많아...7월은 보통 때의 4~6배 많은 수준

'1년에 한국에서 차량화재가 5000건, 하루에만 14건이 난다.'

최근 차량화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BMW와 관련해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도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에는 '다른 차량들도 불이 많이 나는데 유독 BMW만 여론의 집중을 받고 있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

올 1~7월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은 30여대.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일부의 이같은 주장이 맞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명확한 분석을 위해 차량 화재 통계를 확인해 봤다. 답부터 말하자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현장+]"차량 화재 연간 5000대인데, BMW만 비난한다고?


우선 연간 차량화재가 5000여건, 하루 평균 14건이 나는 것은 맞다. 8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3년(2015~2017년)간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만5011건으로 연평균 5004건이다. 올 상반기에는 2502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화재 건수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소형승합차, 화물차, 버스, 덤프트럭, 특수차 등이 모두 합쳐진 데이터다. BMW는 국내에서 승용차만 판매하는 만큼 화재 발생을 승용차로 한정하면 화재발생 건수는 급감한다.



지난 3년간 승용차의 화재발생 건수는 총 6540건, 연평균 2180건이다. 올 상반기의 경우에는 1128건의 화재가 승용차에서 발생했다. 전체 차량 화재 건수의 43.6%만 승용차인 것이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등록기준)는 총 1837만대다. 승용차 화재 건수를 감안하면 1년에 승용차 1만대 당 화재가 1.19건 발생하는 셈이다.

국내에 등록된 BMW 차량은 총 39만대로 통계적으로 1년에 46건의 화재가 발생한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이미 BMW의 1~7월 30여건의 화재는 통계상 예상 가능한 범위(27대)를 살짝 넘어서는 수준이다.


하지만 감안해야할 변수가 또 있다. 화재 발생요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화재 발생 건수는 교통사고, 개인부주의, 차량 결함, 방화 등 다양한 원인의 화재가 모두 포함된 수치이다. 지난 3년간 차량의 기계적·전기적 결함으로 발생한 화재는 전체 발생 건수의 58.6%다.

BMW의 30여건의 화재가 주행 중 차량 결함으로 발생한 것을 미뤄보면 화재가 상식선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가 된 BMW 디젤 차량의 등록대수가 전체 BMW의 64%(25만대)라는 것도 생각해볼 점이다. 또 BMW 디젤차량의 74%는 출시된지 5년이 안될 정도로 연식이 짧다.

특히 12건의 화재가 발생한 지난 7월로 기간을 한정하면 BMW의 차량화재가 비상식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발생한 차량화재 총 건수는 479대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BMW 브랜드는 기계적·전기적 결함으로 한달에 2~3대의 화재가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7월에는 이를 4~6배 뛰어넘는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BMW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에 결함이 있다고 밝혔고, 관련 차량 10만6317대를 리콜할 계획이다. 리콜 차량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안전진단에서는 8.5%의 차량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BMW가 추산한 전체 EGR 결함률(디젤차량의 0.1%)보다 높은 수준이다. 짧은 기간 국내에서 화재가 집중된 것도 아직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BMW는 EGR 결함으로 유럽에서도 리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BMW 관계자는 "정부와 협조를 통해 성실히 추후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우선은 긴급 안전진단과 향후 있을 리콜을 신속히 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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