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유(GU) 잘 될 것 같아요?"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8.08.0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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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GU) 잘 될 것 같아요?" 요즘 패션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지유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으나 론칭 전부터 뜨거운 관심의 대상인 건 분명하다. 유니클로 동생 브랜드격인 일본의 지유는 다음달 한국에 상륙한다. 지난 몇 년간 수차례 한국 진출설이 돌았던 만큼 기대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국내 패션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유의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990엔(한화 약 9900원) 청바지로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던 지유는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1~2만원대 제품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높은 경쟁력으로 평가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엔 그저 싸구려에 불과했다. 패션업체들은 짠듯이 고급화를 지향했다. 너도나도 '명품'이란 말을 갖다썼고 '럭셔리', '하이엔드' 브랜드가 차고 넘쳤다.

패션업계의 높은 콧대는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꺾였다. '싼 게 비지떡'인줄 알았는데 웬걸, 좋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에 소비자들이 호응했다. 유니클로는 2015년 8월 단일 패션 브랜드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SPA 브랜드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가성비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패션업체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브랜드가 낮은 가격대의 별도 라인을 만드는 식이다. 아예 가격대를 확 낮춰 젊은 고객 확보에 성공한 휠라의 사례도 있다. 2010년을 전후로 에잇세컨즈, 스파오 같은 토종 SPA 브랜드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지유가 잘 될 것 같느냐"는 물음에 살짝 동문서답을 했다. 국내 패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느냐고. 그리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지유의 등장이 패션시장에 낀 거품을 또 한 번 날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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