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 빨리 와" 영화 속 무인車 호출 현실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8.07.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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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아이티엔지니어링, 모바일 호출 자율주행 기술 선봬…정밀지도 갱신 형태로 운행

스마트폰을 통해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를 호출 하고 있는 모습/사진=ETRI스마트폰을 통해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를 호출 하고 있는 모습/사진=ETRI


1980년대 나온 미국 TV드라마 ‘전격 Z작전’. 30년도 더 됐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부르면 알아서 오는 ‘키트’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기억한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키트가 사람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장면은 매우 낯선 모습이었고, 특히 주인공 마이클이 “키트, 빨리 와 줘”라고 하면 어떤 위험한 곳이든 한달음에 달려가는 키트는 “와”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지금 ‘키트’의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을 통해 운전자 없는 자동차를 부르고 탑승해 자율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국내 전기차 생산기업인 아이티엔지니어링과 함께 모바일로 호출해 차량탑승이 가능한 레벨 3~4 수준의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을 개발, 시연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레벨3은 차량이 교통신호와 도로 흐름을 인식해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필요치 않은 상태, 레벨4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로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ETRI에 따르면 출발지와 목적지를 스마트폰에 입력 후, 스마트폰 음성인식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부르면 호출자의 위치로 다가온 뒤 목적지로 출발한다. ETRI는 이 기술을 ‘ITE 카’로 명명했다.

핵심기술은 자율주행차가 도로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밀지도를 자동으로 만들고 갱신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자율주행차가 센서를 통해 주변 도로상황을 인식하고, 이렇게 얻은 정보를 정밀지도 갱신에 사용해 안정적으로 운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오차범위는 10cm 이내다.

특히 이 기술은 차량 제어, 상황 판단 알고리즘은 물론 차량의 위치, 신호등, 장애물, 보행자, 차종인식 등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소프트웨어(SW)를 최적화해 전력이 부족한 소형 전기차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노트북 두 대 소비전력인 100와트(W) 이하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구동할 수 있다.


ETRI는 이날 원내에서 자율주행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 연구원이 스마트폰에다 ‘ITE 카 호출’이라고 말하자 1연구동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다가왔다. 연구진이 ‘ITE 카 출발’이라고 말하자 목적지인 3연구동 앞으로 차량이 출발했다. 또 갑자기 끼어든 차량을 피하기도 하고, 교차로에 임시 설치해 둔 신호등을 인식해 정지했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보행자를 보고 정지하기도 했다.

ETRI 최정단 자율주행시스템연구그룹장은 “이번 기술은 일반차량 부품 등에 장착해 시연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운전을 못하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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