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한웅 과기자문회의 부의장 “정부는 돈 안 되는 R&D 할 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8.06.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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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S(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가 문제라구요? 미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은 100% PBS인데 잘 돌아가고 있어요. 문제의 본질이 다른 데 있다는 거죠.”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은 14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정부가 폐지를 검토 중인 PBS에 대해 “출연연의 경쟁력이 약화된 근본 원인은 아닐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사진=과기정통부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사진=과기정통부


PBS는 출연연이 R&D(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토록 하는 제도다. 연구기관간 경쟁을 활성화 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1995년 도입됐다. 지금은 연구진이 PBS에만 치중해 창의적 연구 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염 부의장은 “연구과제를 따러 다니는 데 집중하다보니 1인당 평균 3개의 외부 연구 과제를 수행해 본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연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미국의 출연연은 100% PBS로 운영되는데도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발주하는 과제 수를 줄이는 대신, 과제를 대형화하고 장기연구로 가져가면 연구원들이 과제 따러 다닐 필요없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별 중복된 연구가 많아 비효율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염 부의장은 “출연연에 개개인 프로젝트를 그만하고 다른 기관과 연구그룹을 만들어 함께 해보자고 말할 리더가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연구비까지 줘가며 인위적으로 해보자는 ‘융합사업단’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너무 규모가 작은 데다 형식적으로만 이뤄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현재 국가 R&D 과제가 지나치게 산업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환경부나 복지부 R&D 5개년 계획을 보면 환경·복지산업육성 부문에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고 5년 이내 환경 관련 벤처기업 몇 개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과거 개발시대 때 정부 R&D 목표를 그대로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세먼지, 수질문제 등 국민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에 돈이 들어가야 하는 데, 정작 국민 보건 향상에 R&D 비용이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 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이제 돈이 되는 R&D가 아니라 돈이 안 되는 R&D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생활, 혁신성장, 기초기반 등 3대 핵심분야에 대한 자문, 긴급 현안에 대한 과학기술적 의사결정을 위한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국가과학기술 관련 예산과 정책 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자문회의 내로 통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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