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님, 정말 결혼 안 해도 잘 살 수 있나요"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18.06.11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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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난 솔직히 결혼 왜 하는지 모르겠어. 근데 아이는 언젠가 낳고 싶어.” 결혼 생각이 없다는 한 친구가 말했다. 그 친구는 곧 “출산을 포기하고 결혼 안 할 생각”이라고 말을 끝냈다. 비슷한 또래들과 모임에서 이 얘기를 꺼내니 공감하는 친구들이 적잖았다. 이른바 ‘비혼주의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비혼’ 등을 언급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이들을 떠올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혼인하지 않은 여성의 출산까지도 배려하는 것을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발언을 보도한 후 한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을 더해왔다. 그는 “저출산은 양적인 지원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문화나 인식 차원에서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이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혼인해도 아이를 하나 이상 잘 낳지 않고 비혼인 경우에는 혼인하지 않아 받는 차별이 너무 크니 견디기 어렵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결혼 안 한 여성의 출산이 금기시되는 사회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진보적이고 파격적이다. 그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장관들의 발언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저출산 대책을 보고하거나 논의할 때 결혼을 전제로 한 ‘지원 대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신혼부부 대상으로 한 주거 대책 등은 필요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까지 ‘비혼 출산’ 등처럼 발상의 전환을 해봤는지 묻고 싶다. 저출산 대책과 결혼 장려 정책을 기본 ‘패키지’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 대통령이 말하는 발상의 전환이 앞으로 얼마나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젊은이들 중에도 ‘비혼’이라는 말을 낯설 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 문화다.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정말, 결혼 안 해도 잘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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