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아니라 거래하는 트럼프, '싹쓸이 포커' 구상

머니투데이 최경민 ,김성휘 기자 2018.05.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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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트럼프 미 대통령의 2014년 트위터 화면트럼프 미 대통령의 2014년 트위터 화면


"최고의 거래는 일단 떠나간 다음, 더 나은 조건으로 얻는 것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스스로를 "포커 플레이어"에 비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의 완전 결렬보다는 이익 즉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외교관이기보다 비즈니스 세계에 '트럼프월드'를 쌓은 거래의 달인이기에 가능한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미국이 주도하는 정상적인 협상이 어렵다는 판단을 드러냈다. 백악관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양국간 실무회담에 북측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락도 닿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북한이 마치 미국을 시험하듯 존 볼턴 백악관 국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연달아 비난했다. 특히 펜스 비난에 대해 백악관은 '인내의 한계'(last straw)를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이 자신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의 단계적 해결을 일부 받아들이고 북한체제의 안전과 파격적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미룰 수 있다고도 했다. 당근을 보여주되 이를 받지 않으면 판을 깰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판을 엎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 판을 짜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최대한도의 압박' 카드를 흔드는 동시에 김 위원장에게 "마음이 바뀌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했다. '고난의 행군'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식 게임'에 동참해 경제적 지원을 받을 것인지 택하라는 요구다.



보통의 외교관계나 국제질서에서 보기 어려운 파격 선택이다.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 하락은 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보다는 거래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법을 담은 책 '거래의 기술'에서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등을 제시했다. 일단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최소 대여섯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어떤 방법이든 복병을 만나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트위터에 "최고의 거래는 일단 떠나간 다음, 더 나은 조건으로 얻는 것"이라 쓴 것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이 쓴 대로 북한과 협상에서 '더 나은 조건'을 모색하는 중일 수 있다.

중국 변수가 중요하다. 미국은 중국과 한반도를 넘는 글로벌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다. 북한 문제 또한 궁극적으로는 중국과 벌이는 큰 '게임'의 일부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주석과 자신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에 비유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시 주석을 잇따라 만난 다음 태도가 변했다고 의심하는 대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이 원하는 판으로 끌려가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협상력도 과시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나는 협상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협상에 들어갈 때 가능성이 0이었는데도 100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로 '100'의 싹쓸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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