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묘 전경. 맨 뒤 묘소에 연산군이 묻혀있다./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나 역시 전에는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무엇 무엇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찾아보거나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여행은 삶터에서 멀리 떠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마음을 먹고 하나하나 둘러보니 꽤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다른 여행지에 비해 손색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덤으로 얻은 소득이었다.
폐위된 왕은 강화도 서북쪽의 섬 교동도에 위리안치 되었다가 두 달 뒤 병사했다. 시신은 유배지인 교동도에 안장되었는데, 1513년 지금의 도봉구 방학동으로 이장되었다. 이 묘소는 꽤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2006년 7월부터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김수영문학관./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김수영문학관의 전시실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1층의 제1전시실에서는 김수영 시인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연대순으로 만나볼 수 있다. 1950년 한국전쟁과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 현대사의 질곡을 겪으며 쓴 시와 산문 등의 육필원고가 전시돼 있다. 시작코너에는 김수영 시인의 시에 쓰였던 단어들을 집자(集字)하여 시어의 막대를 만들었다. 낭송‧녹음실도 있는데, 관람객이 김수영 시인의 시 일곱 편 중 하나를 낭송하여 녹음파일로 소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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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제2전시실에서는 자유인 김수영 시인의 생활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작업하던 탁자 등 인간 김수영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영상코너에서는 김수영 시인의 생애를 당시 사회상과 더불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간송 옛집./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간송 옛집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채 관리해오다가 201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21호로 등재되었으며, 도봉구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2015년에 복원하여 개관하였다.
이밖에도 인근에는 세종대왕의 딸인 정의공주 묘와 그의 부군인 안맹담의 묘가 있다. 또 함석헌 기념관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아기 공룡 둘리'를 소재로 한 둘리뮤지엄 등도 지척에 있다. 모두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이처럼 서울에도 곳곳에 문화재나 명소가 많다. 멀리 찾아가는 것만 여행은 아니다. 주변을 찬찬하게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여행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혼자도 좋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곳부터 둘러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