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5G 굴기, 美 견제에 '흔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04.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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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中 화웨이·ZTE 잇달아 제재…미중 무역갈등도 악재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 로고. /AFPBBNews=뉴스1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 로고. /AFPBBNews=뉴스1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5G(세대) 통신 시장을 선점하려던 중국의 야망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과 무역 분쟁 중인 미국이 중국의 5G 통신망 구축을 이끌던 통신장비업체에 잇달아 딴지를 놓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와 ZTE에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의 '5G 통신굴기'(崛起·우뚝 일어섬)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ZTE에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 동안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취했다. ZTE가 지난해 3월 이란과 북한에 대한 수출 금지령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제재 위반에 가담한 임직원을 상대로 징계와 임금삭감을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게 빌미가 됐다. 이로써 ZTE는 퀄컴,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업체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의 소프트웨어 업체와도 거래할 수 없게 됐다. 오픈소스라는 변수가 있지만 구글이 개발한 모바일 OS(운영체제) 안드로이드까지 포함되면 ZTE는 5G 스마트폰도 만들 수 없게 된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의 조엘 잉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ZTE 제품의 15% 이상이 미국산이었다"면서 "기술력 등의 문제로 다른 공급상을 찾기 힘든 품목들"이라고 설명했다. SCMP는 "미국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없이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중국 기술 산업의 취약한 민낯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기업을 겨냥한 제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7일 국가안보에 문제가 되는 외국 통신 기업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FCC가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과녁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 의회는 2012년부터 안보위협을 거론하며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 사용 중단을 권고해왔으며, 미국 대형 통신회사 버라이즌과 AT&T는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했다. 화웨이와 오래 관계를 맺어온 싱가포르계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도 무산됐다. 화웨이는 최근 미국 지사의 미국인 임원 5명을 해임하는 등 사업 축소에 들어갔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회사를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5G 통신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는 기반시설이기 때문이다. 5G 통신 상용화는 2020년 이뤄질 전망이며, 중국은 2020년부터 10년 동안 5G 통신장비 개발과 통신망 구축 등에 2조8000억위안(약 475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었다.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 조사에서도 중국은 5G 기술에 가장 준비가 잘 된 국가 1위를 차지했다.


IT(정보통신) 컨설팅 전문 법률회사 핀센트메이슨의 폴 해스웰 수석 파트너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는 첨단 기술 세계의 리더가 되려는 중국의 꿈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5G 통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등 서방국가가 장악했던 통신 시장에서 중국이 선두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였다"면서 "미국의 견제로 중국의 5G 통신 발전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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