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1인가구 시대… '맥세권' 찾는 횰로족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8.03.2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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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횰로 살아요-②]1인 트렌드 유행하며 주거환경도 변화, 자신만의 '아지트'로 꾸며

편집자주 혼자라서 좋다. 그리고 안 좋다. 둘다 맞는 말이다. 오롯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은 좋지만 그 비용도 온전히 내 몫이다. 참견하는 이 없어 편하지만 털어놓을 이 없어 울적할 때도 있다. 홀가분한 혼행, 그런데 그 지역 맛집의 '2인분 메뉴'는 어떻게 맛볼지. 아무렴 어떠랴. 그래도 혼자 잘 살고, 지금 행복하면 그만이다. 홀로가 아닌 '횰로(나홀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다.

망원역 인근 편의시설. 망원역 인근 편의시설.


편리하고 즐거운 삶을 추구하는 '횰로족'(홀로+욜로)이 생각하는 주거 위치는 전통적인 기준과 좀 다르다.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 그리고 스타벅스·맥도날드 인근을 선호한다. 자신이 가장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에 자리잡겠다는 것. 집도 단지 편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최고로 즐길 수 있는 '아지트'다.

◇'홈어라운드 소비'… "스세권, 맥세권 찾아라"= 이러한 경향은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며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적 가구 유형과 다른 모습이다. 이에 따라 소비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번거롭지 않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홀로족은 '홈어라운드(집과 가까운 장소) 소비'를 선호한다. 멀리 가서 외식을 하거나 대형마트를 이용하기보다 집 인근에서 식사를 하거나 생필품을 구입하는 식이다.

지난해 신한 트렌드연구소가 자사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을 분석한 결과 집 근처 500m 이내 소비가 2014년 37%에서 2017년 45%로 상승했고 이용 비중은 슈퍼마켓(67%)과 편의점(17%)이 대형마트(16%)보다 높았다.



4년째 서울 성북구에서 자취 중인 윤모씨(25·남)는 "혼자 살다보니 대형마트에서 한번에 많이 사는 게 부담스러워 편의점이나 생활용품 가게에서 필요할 때마다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학업, 취미 등 생활 반경도 동네로 맞춰졌다. 근처 맛집을 알고나니 굳이 멀리 나가서 외식할 필요가 없게됐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편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게 됐다. 전통적으로 주거 입지 선정에 역세권과 학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조건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편세권'(편의점 근처)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그밖에도 맥도날드의 배달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인 '맥세권', 집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스세권'(스타벅스), 생활편의용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올세권'(올리브영) 등이 홀로족의 주거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떠올랐다.


서울 마포구 망원역 인근은 이러한 홀로족 입지에 최적화된 곳으로 꼽힌다. 역세권일 뿐만 아니라 각종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즐비하기 때문. 실제로 이 지역에는 젊은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으로 이사온 이모씨(27·남)는 "집을 고를 때 집세나 교통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도 가깝고 카페도 가까워 무척 편하다. 집을 고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집? 즐길 수 있는 '아지트'= 홀로족들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이에 따라 쉴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었던 집이 자신의 취미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자신의 집에 '홈바'를 만들어 지인들과 즐기는 연예인 박나래. /사진= 박나래 SNS(인스타그램) 캡처자신의 집에 '홈바'를 만들어 지인들과 즐기는 연예인 박나래. /사진= 박나래 SNS(인스타그램)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개그맨 박나래의 '나래바'가 대표적이다. 박나래는 이 같은 이름의 '홈바'를 만들어 혼술을 즐기거나 친구들과 파티를 한다. 토니안은 자신이 좋아하는 편의점을 아예 집 안에 들여다 놓았다.

이들은 '집은 집다워야 한다'는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단지 편안함을 위한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 색다르게, 또 자신에게 맞춰 꾸민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꺼이 소비한다.

서울에서 10년째 자취 중인 조모씨(30·남)도 최근 가구와 가전제품을 빼고 책으로 벽면을 채웠다. 북카페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음향·영상기기 구매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조씨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북카페같은 집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남들은 불편하다 할 수 있지만 내가 행복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은아 대구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모습에 대해 "홀로족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가족'이 있던 곳에서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며 "오로지 본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집의 인테리어로 구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기 때문에 다양한 인테리어 소비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은 안전감을 주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취업, 미래, 경제난 등 사회적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자신의 안락한 공간에 머물고 꾸미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빨간날]1인가구 시대… '맥세권' 찾는 횰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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