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전통 '세실극장' 다시 문 연다…복합 공간으로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8.03.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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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소유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과 협력…장기임대한 극장 재임대키로

/그래픽제공=서울시/그래픽제공=서울시


경영난으로 1월 폐관한 정동 '세실극장'이 다음달 다시 문을 연다. 서울시가 장기 임대해 극장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극장 운영을 비영리단체에 맡길 계획이다. 극장 인근 덕수궁 돌담길 등과 연계한 역사문화탐방 거점이자 지역협의체가 활동하는 복합 공간으로 세실극장을 재생한다.

서울시가 21일 '세실 재생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세실극장 소유주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과 협력해 세실극장을 장기 임대하고 극장 운영자에게 재임대하는 것이 골자다. 시는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과 협의해 지난해 임대료보다 인하된 조건으로 장기 임대하기로 했다.



'대한제국의 길' 활성화 거점으로 극장을 활용할 계획이다. 대한제국의 길 조성은 우리나라 대한제국 시기(1897년~1910년) 정동 일대의 역사를 소재로 한 정동 역사재생활성화사업 일환이다.

또 인근 덕수궁 돌담길, 고종의 길, 등록 문화재인 양이재로 등 정동의 역사문화 탐방도 유도한다. 옥상 공간은 서울시가 휴게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성공회 성당이 공간을 제공하고 시가 조성하는 민·관 협력 사업이다.



정동 역사재생활성화사업의 주체인 '정동 지역협의체'의 활동 공간으로 극장을 이용한다. 워크숍, 전시 등 각종 지역 행사를 개최하고 대한제국·정동 역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동 지역협의체는 대사관, 언론사, 종교단체, 학교, 기업체, 주민, 활동기관 등 약 30여 기관이 참여해 2016년부터 활동 중이다.

1976년 개관한 세실극장은 한국 연극문화는 물론 시대적 현대사, 건축·문화예술의 가치를 간직한 공간이다. 서울연극제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 1회 개최지이자 연극인 회관으로 사용되는 등 70~80년대 소극장 연극의 중심에는 세실극장이 있었다.

세실극장은 건축계를 대표하는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했다. 유신체제에 반대해 프랑스로 추방된 상태에서 설계도면을 우편으로 보내 건축이 시작됐다. 2013년 건축·문화예술의 가치를 인정해 세실극장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21일부터 4월5일까지 세실극장 운영자를 공개모집한다. 서울시에 주 사무소를 둔 연극관련 사업 경력 5년 이상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가 대상이다. 운영비 전액과 임차료의 일부를 극장 운영자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은 물리적인 도시환경 개선만이 아닌 삶에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지키면서 그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재생하고 영유하는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세실극장 문화재생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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