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안 전 지사는 20일 오전 6시20분쯤 서울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며 "그 말씀만 드리겠다"고 밝혔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다른 피해자 주장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 등 질문에는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고만 답변한 채 서둘러 청사를 빠져나갔다.
안 전 지사는 전날 오전 검찰에 출석한 자리에서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고소인들께서 아니라고 하신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위력에 의한 강요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만 밝혔다.
검찰은 그동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안 전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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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력 정치인이자 도지사로서 갖는 업무상 위력 등을 이용해 간음과 추행을 저질렀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이달 7일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장소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고 CCTV(폐쇄회로) 영상을 확보했다. 13일에는 충남도청의 안 전 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지사 관사, 경기도 광주의 자택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CCTV와 컴퓨터 기록물, 서류 등을 확보했다.
14일에는 첫 폭로자인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에 이어 추가 피해자의 고소도 이뤄졌다. 안 전 지사가 주도해 만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직원 A씨는 2015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3차례 성폭행을 당하고 4차례 성추행을 당하는 등 총 7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A씨를 지원하고 있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A씨가 16일과 18일 두 차례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성협 관계자는 "A씨가 차분하게 조사를 잘 마쳤다"며 "철저한 수사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해외 출장에 동행했던 전직 비서 등 충남도청 전·현직 관계자들을 연이어 조사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지, 같은 해 8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이어 9월 스위스 출장지, 올해 2월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총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철저하고도 빠르게 의혹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의 두 번째 조사를 마친 검찰은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신병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