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비하 논란 하일지 사직서 제출…"사과 뜻은 없어"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8.03.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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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지 소설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투' 비하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스1하일지 소설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투' 비하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스1


자신이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 강의에서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비하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김지은씨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작가 하일지(본명 임종주·62)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19일 뉴스1에 따르면 하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각에서는 제게 타협을 권유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가 지켜야하는 것은 저의 소신"이라며 "오늘로서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최근 논란에 대해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비이성적인 도발을 받게 된 것"이라며 "강의의 몇 토막이 악의적으로 유출됐고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평생을 두고 오직 문학의 길을 걸어온 저는 졸지에 대중 앞에서 인격살해를 당해야 했다"며 "이제 문학교수로서의 제 자존심은 깊이 상처를 입었고, 인생의 한 부분을 바쳐 지켜온 제 강의는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하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학생들에 대해 사과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과나 수업 중 발언을 철회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을 찾은 동덕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쪽으로 몸을 돌려 "어쩌면 여러분이 부끄러운 것을 감추기 위해 내 사과가 필요한지도 모른다"며 "이것은 정직하지 못하고 비지성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사건의 피해자를 2차 가해 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그날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것이 내 양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업시간에 한 발언이 학생들에게 사과할 것이 아닌데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억울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하일지 소설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던 중 한 학생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하일지 소설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던 중 한 학생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2년 전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묻는 질문에는 "폭로자의 폭로와 진실 사이에는 갭(차이)이 있을 수 있고, 폭로할 때에는 취지가 순수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것을 헤아리고 접근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이라고 본다"며 사실을 부인했다.

오히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내밀함 속에 인권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누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는지도 따져 봐야 할 문제"라며 자신이 해당 의혹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하 교수의 기자회견에 모인 학생들은 '사과하고 물러나라', '절필하라' 등을 외쳤다. 하 교수가 사과할 뜻이 없다는 듯한 발언을 할 때면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하 교수가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를 저지르고 자신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라고 말한 데 놀랐다"며 "우리 사회 성범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고 하 교수를 비판했다.

한편 동덕여대는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하 교수에 대한 성윤리위원회를 진행해 논란의 진위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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