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혁신 성장기업, 자본시장이 키운다

머니투데이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 본부장 2018.02.2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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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 본부장

[기고]혁신 성장기업, 자본시장이 키운다


자본주의가 첫걸음을 떼던 17세기는 '대항해 시대'로 해상무역이 국부의 원동력이었다. 당시 해상무역은 폭풍우와 해적의 습격을 이겨내야 하는 매우 위험한 '벤처비즈니스'였다. 또 장기간의 항해가 수반되므로 엄청난 자본을 요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한 나라는 최초로 주식발행을 통해 '모험자본'을 모집, 동인도회사를 설립한 네덜란드였다. 고수익을 원한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위험을 감수한 장기투자로 동인도회사를 지원했고 증권시장은 투자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동인도회사의 놀라운 수익력은 엄청난 국부를 안겨줬다. 주식시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시장은 이처럼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탄생했다.



수백년이 지난 21세기도 이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과 기업가를 키워내고 있는 대다수 나라는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

미국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의 자금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이 19개사에 달한다. 그 중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는 투자은행의 자금을 지원받아 세상에 없던 관계망을 만들어내는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에 비해 벤처기업 성공사례가 적다. 1980년대 1세대 벤처 휴맥스를 시작으로 약 30년 동안 스타트업 황무지를 개척하기 위한 벤처 창업가들이 있었지만 오직 41% 정도만이 창업 초기 '죽음의 계곡'을 건넜다.

혁신기업이 창업 초기 단계를 넘어 안정적인 성장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적절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을 뿐 최소한의 담보도 없는 스타트업 기업에 선뜻 자금을 지원할 은행이나 기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초기 벤처기업은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우리 자본시장은 이러한 간접금융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이 초대형IB 및 중소기업 특화 증권회사 제도를 통해 기업의 생애주기 맞춤 투자은행 기능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기특화 증권회사는 창업초기 기업에 크라우드펀딩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여 서비스 제공 약 1년만에 시장 점유율을 약 20% 정도로 확대했다. 신기술사업금융업 겸영 증권회사는 벤처펀드를 통해 초기기업 정착 자금을 지원했고 앞으로도 약 1000억원 규모 펀드 운용으로 자금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성장기 기업은 최근 도입된 초대형IB 제도를 통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IB는 발행어음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최소 24조6000억원의 기업금융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안정적 성장을 이루어낸 기업들은 각 분야에 강점을 가진 증권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다른 회사와 M&A(인수합병)으로 가치를 실현하거나, IPO(기업공개)로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미래는 이미 당도해 있다"고 말했듯 4차 산업혁명은 AI, 블록체인과 함께 우리 앞에 이미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사회는 창조적 파괴를 감행할 수 있는 혁신기업을 필요로 한다.

혁신적 신생기업의 출현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는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 국가 조성'을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 창업시장도 몇 차례 부침이 있었지만 매년 10%를 웃도는 창업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정부와 예비 창업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기업금융자원 투입이 필요하며 기업금융은 우리 자본시장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우리 자본시장은 초대형IB 등으로 이미 혁신 기업을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 지속적 관심과 정책적 배려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의 역동성이 보다 커진다면 17세기 주식시장이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열었듯 우리 자본시장은 신 창업국가의 문을 여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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