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면담 요청에 정부는 "투명한 실사가 먼저"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8.02.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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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앵글 GM본사 사장, 22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 등 순차적 면담하며 요구사항 밝힐 예정

지난 20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협력업체 창고에 인적이 끊긴 채 썰렁하다. /사진=뉴스1지난 20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협력업체 창고에 인적이 끊긴 채 썰렁하다. /사진=뉴스1


정부와 GM이 한국GM에 대한 지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오는 22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지만 산업부는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장관이 부산에서 열리는 청년취업박람회 참석하려던 일정을 바꿔야 하는데다 무엇보다 GM이 경영상태에 대한 실사와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대화가 어렵다고 본 까닭이다.



백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한국GM 지
원방안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투명한 실사가 우선돼야 한다”며 “여러 면에서 세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거듭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백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도 “GM이 장기적 경영 개선에 대한 투자 의지를 가져와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 여부는 GM의 신규투자계획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은행에서 한국GM 이사회 등에 꾸준히 참여했지만 주주회의에서조차 GM의 운영방식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 영업전략, 수치의 접근성 등을 의도적으로 막지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며 “그런 불투명성을 걷어내야 한다고 정부가 일관되게 요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바라보는 한국GM의 불투명성은 △높은 매출원가 △본사 차입금에 대한 높은 이자 △한국GM이 본사에 송금한 불합리한 업무지원비 등이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GM의 매출원가는 93.2%로 현대자동차(77%)나 쌍용자동차(84%) 등에 비해 10% 가량 높다. GM본사가 부품을 한국GM에 비싸게 팔고, 완성차는 싸게 해외로 내보냈다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GM에서는 베리 앵글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한국 정부 인사들의 면담에 앞서 한국GM의 경영상황에 대한 일부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는 GM이 제출한 자료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백 장관은 “한국GM의 경영이 너무 불투명해 경영적자의 근본적 원인을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불신감을 내비쳤다.


GM은 지난 20일 국회 여야지도부를 만나 △산업은행 등의 유상증자 참여 △공적 자금 지원 △담보 제공 △외투기업 인센티브 등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GM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GM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3조원대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고 신차 2종을 인천과 창원 공장에 배정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군산 등 한국GM 공장이나 협력업체들이 위치한 곳의 지역경제와 정서도 고려하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 역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즉 GM이 한국 전면철수까지 검토하며 국회와 정부를 압박해도 정부에서 먼저 ‘투명한 실사’와 ‘자구계획안 제출’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과정 없이 개별기업에 지원했을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부실기업들에 대한 혈세지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당수의 국민들이 무조건적인 개별기업 지원에는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에 따라 정부가 마냥 GM에 끌려다니지 않고 협상을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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