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후반 교복/사진=독자 제공
◇딱 하나로 3년간 입는 소중한 '내' 교복
여벌 셔츠를 구입할 수 있는 지금과 달리 40~60대 중·장년층이 10대였을 때, 대다수는 교복이 딱 한벌뿐이었다. 그래서 더 귀했다. 권현숙씨(57)는 "교복이 한벌밖에 없어서 여름엔 집에 오자마자 교복을 바로 벗어두고 씻어서 다리기 바빴다"며 "하교 후 부모님 일을 도우러 갈 땐 교복이 상할까봐 곱게 접어두고 갔다"고 덧붙였다.
개성을 중시해 교복을 답답하다고 여기는 요즘과 달랐다. 권씨의 동창 정모씨(57)는 "교복을 입으면 '우리 학교'라는 소속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김모씨(55)는 "당시 영화관엔 교복을 입고 들어갈 수 없었다"며 "운 나쁘게 걸렸을 때 뒤통수만 보인 채 도망가면, 다음날 '범인'을 찾기 힘들었다. 교복이 모두 똑같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교육'받는다는 특권…깔끔한 외출복 역할도
70년대 후반 교복.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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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교복자율화로 고등학생 때만 교복을 입었던 강경이씨(43)에게도 교복은 학창시절에만 누린 추억거리다. 강씨는 "오빠가 중학교 교복을 입은 것을 보고 교복이 너무 입고 싶었는데, 중학교 진학 당시 교복을 입지 않게 됐다고 해 아쉬웠다"며 "교복을 보면 풋풋했던 유년기가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사복이 많이 없었던 기성세대들은 교복을 외출복으로 입기도 했다. 권씨는 "어려운 시절이라 외출복이 딱히 없었다"며 "어떤 사복보다 교복이 가장 단정하고 좋은 외출복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교복 칼라를 빳빳하게 다린 다음 교복이 더러워질까봐 손수건을 들고다니며 덮어뒀다"고 말했다.
◇교복체험 흥행…패키지 여행까지 등장
'추억의 수학여행' 패키지. /사진=신라문화원 홈페이지
아예 교복 패키지여행도 등장했다. 신라문화원이 출시한 '추억의 수학여행' 상품의 경우 은퇴한 중장년층들이 함께 10대 시절 교복을 맞춰입고 경주 불국사로 수학 여행을 떠난다. 2007년 시작한 이후 매주 매진이 돼 연간 40회, 2000여명이 교복여행을 떠났다.
55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말타기와 숨바꼭질, 팀별 장기자랑도 하며 수학여행을 즐긴다. '추억의 수학여행'에 참가한 한 학생은 "나이들수록 추억을 먹고 살게 되는데, 교복이 그 매개체"라며 "교복을 입으면 30년은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