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외출복'이자 '소망'…그 시절, 교복은 간절했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8.02.2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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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리폼]⑤ 교복이 학생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추억 떠올리게 해…교육받는단 자부심표출하는 외출복

70년대 후반 교복/사진=독자 제공70년대 후반 교복/사진=독자 제공


요즘 10대들에게 교복은 엄격한 복장이자 규제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기성세대들에게 교복은 아련한 '향수'다. 요즘 학생들은 크기를 줄이거나 겉옷을 껴입는 등 개성을 살릴 수 없도록 하는 교복에 불만을 가지고 교복자율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복입기를 '졸업'한 중·장년층들에겐 교복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마음의 고향'이다.

◇딱 하나로 3년간 입는 소중한 '내' 교복

여벌 셔츠를 구입할 수 있는 지금과 달리 40~60대 중·장년층이 10대였을 때, 대다수는 교복이 딱 한벌뿐이었다. 그래서 더 귀했다. 권현숙씨(57)는 "교복이 한벌밖에 없어서 여름엔 집에 오자마자 교복을 바로 벗어두고 씻어서 다리기 바빴다"며 "하교 후 부모님 일을 도우러 갈 땐 교복이 상할까봐 곱게 접어두고 갔다"고 덧붙였다.



학교마다 교복의 모양과 색깔이 다양한 지금과 달리 당시 교복의 모양은 대부분 비슷했다. 남학생은 차이나칼라, 여학생은 하얀색 칼라가 넓은 검정 교복을 입었다. 교복에 다는 작은 배지로 학교를 구분했다.

개성을 중시해 교복을 답답하다고 여기는 요즘과 달랐다. 권씨의 동창 정모씨(57)는 "교복을 입으면 '우리 학교'라는 소속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교복 덕분에 생긴 학창 시절 추억도 있다. 권씨는 "머리가 1학년은 단발, 2학년은 하나로 묶기, 3학년은 두 갈래로 땋아 학년을 구분했다"고 말했다. 성모씨(59)는 "다 똑같은 교복이라 조금이라도 멋있어 보이려고 교복바지를 다리통에 맞춰 줄이거나 나팔바지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김모씨(55)는 "당시 영화관엔 교복을 입고 들어갈 수 없었다"며 "운 나쁘게 걸렸을 때 뒤통수만 보인 채 도망가면, 다음날 '범인'을 찾기 힘들었다. 교복이 모두 똑같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교육'받는다는 특권…깔끔한 외출복 역할도
70년대 후반 교복. /사진=독자 제공70년대 후반 교복. /사진=독자 제공
1985년 중학교 의무교육이 시작되기 앞서 교복을 입었던 중·장년층들에게 교복은 '교육 혜택'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권씨는 "한반에 3~4명 정도는 중학교 진학을 못했다"며 "다들 없는 시절에 공부를 시켰으니 교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말했다.


중학생 시절 교복자율화로 고등학생 때만 교복을 입었던 강경이씨(43)에게도 교복은 학창시절에만 누린 추억거리다. 강씨는 "오빠가 중학교 교복을 입은 것을 보고 교복이 너무 입고 싶었는데, 중학교 진학 당시 교복을 입지 않게 됐다고 해 아쉬웠다"며 "교복을 보면 풋풋했던 유년기가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사복이 많이 없었던 기성세대들은 교복을 외출복으로 입기도 했다. 권씨는 "어려운 시절이라 외출복이 딱히 없었다"며 "어떤 사복보다 교복이 가장 단정하고 좋은 외출복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교복 칼라를 빳빳하게 다린 다음 교복이 더러워질까봐 손수건을 들고다니며 덮어뒀다"고 말했다.

◇교복체험 흥행…패키지 여행까지 등장
'추억의 수학여행' 패키지. /사진=신라문화원 홈페이지'추억의 수학여행' 패키지. /사진=신라문화원 홈페이지
학창시절 추억과 향수를 느끼고자 교복을 찾는 중·장년층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 관광명소에는 '교복 체험관'이 생겨나기도 했다. 교복 체험에 참가한 정씨는 "그때 그 시절 교복을 입고 지금은 50대가 된 친구들과 말타기를 했다'며 "그리웠던 10대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아예 교복 패키지여행도 등장했다. 신라문화원이 출시한 '추억의 수학여행' 상품의 경우 은퇴한 중장년층들이 함께 10대 시절 교복을 맞춰입고 경주 불국사로 수학 여행을 떠난다. 2007년 시작한 이후 매주 매진이 돼 연간 40회, 2000여명이 교복여행을 떠났다.

55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말타기와 숨바꼭질, 팀별 장기자랑도 하며 수학여행을 즐긴다. '추억의 수학여행'에 참가한 한 학생은 "나이들수록 추억을 먹고 살게 되는데, 교복이 그 매개체"라며 "교복을 입으면 30년은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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