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축제같던 금감원 신입직원 임용식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2018.02.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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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채용비리 이슈로 뒤숭숭한 가운데 지난 2일 낮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강당에선 '2018 신입직원 임용식'이 열렸다. 지난해 9월 채용 공고로 시작된 신입직원 채용 절차가 마무리되는 행사였다.

금감원 내부 행사지만 채용비리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최흥식 금감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하는 궁금증에 임용식을 지켜봤다. 새 식구를 환영하는 임용식은 신입직원들에게 청렴성과 역량 강화 등을 강조한 최 원장의 환영사와 후배들을 이끌어줄 선배 멘토 소개 등으로 평범하게 진행됐다.



그러다 때 아닌 축하공연이 임용식을 축제의 현장으로 바꿔 놓았다. 신입직원보다 한 기수 위인 선배들이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열창한 데 이어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의 오프닝 곡(곡명 'Another Day Of Sun')에 맞춰 후배들을 환영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많은 참석자들이 축제 같은 임용식을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으며 즐겼다. 임용식에는 신입직원의 부모들이 초청돼 구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금융고시'라고 부를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신입직원들의 첫걸음을 축하해 주자는 취지를 이해 못할바 아니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굳이, 이 시기에 화려한 임용식을 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권은 금감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그야말로 벌집 쑤셔 놓은 것처럼 혼란스런 상황이다. 그동안 신뢰회복을 외쳐 왔지만 이 사건으로 국민들의 눈초리는 더 따가워졌다. 검찰 수사까지 시작되며 앞으로 얼마나 더 추락할지 모를 일이다.

금감원도 채용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감원 쇄신의 목소리는 내부 채용비리에서 시작됐다. 이미 2명의 전직 임원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신입직원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2명의 전직 임직원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다수의 직원들이 이 일로 아직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임용식 당일 검찰이 발표한 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 결과의 청탁자 명단에는 '금감원'이 올라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춤추고 노래하고, 부모님 부르고 금감원 임용식이 무슨 유치원 입학식이냐"며 눈살을 찌뿌렸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임용식 행사가 적절치 않았다는 인식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내부에선 이런 임용식이 전통이라고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구태같다"고 지적했다.


임용식 하나 가지고 과한 지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주목의 대상이고 그게 금감원의 운명이다.

[기자수첩]축제같던 금감원 신입직원 임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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