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장애인 위해 청각·후각·촉각여행 개발했죠"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18.02.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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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 "아시아 대표 장애인 여행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

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와 직원들/사진제공=어뮤즈트래블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와 직원들/사진제공=어뮤즈트래블


"국내에만 장애인이 250만명입니다. 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왜 여행을 가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동이 불편하거나 시설이 열악하니까 두려워서 머뭇거리는거죠."

장애인·노약자를 위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어뮤즈트래블의 오서연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누구나 가는 여행지를 장애인들의 시선에서 동선을 짜고 콘텐츠를 발굴해 상품화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 대표가 장애인을 위한 여행사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수요가 있겠냐"며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2016년 회사 설립 직후 월평균 10건 정도였던 고객 문의는 지난해 월평균 100건으로 10배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2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오 대표는 "우리가 대단히 특별한 여행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만의 새롭고 특수한 여행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인들이 즐기는 여행지를 장애인들 입장에서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뮤즈트래블의 장애인 여행상품이 일반 여행사의 상품과 다른 점은 장애 종류와 특성을 고려해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뮤즈트래블은 장애인을 △휠체어를 타야 하는 지체장애인 △관광지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정신적으로 다른 발달장애인으로 구분하고 이에 맞춰 상품을 개발했다.

지체장애인 상품에는 휠체어 경사로나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시각장애인 상품에는 특산물 먹어보기, 폭포 소리 듣기 등 청각·후각·촉각 체험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장애인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여행 프로그램들. 상품 왼쪽 상단에 대상 장애인의 종류가 아이콘으로 표시돼있다./사진=어뮤즈트래블 홈페이지 캡처장애인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여행 프로그램들. 상품 왼쪽 상단에 대상 장애인의 종류가 아이콘으로 표시돼있다./사진=어뮤즈트래블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세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고객만족도도 높다. 최근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 장애인·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 '릴레이트립'은 자체조사에서 만족도가 94%에 달했다. 해외여행 만족도도 높다.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일본 오사카 여행상품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어뮤즈트래블이 장애인 여행상품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들을 위한 상품들도 눈에 띈다. 오 대표는 "장애인만 따로 분리해서 취급한다는 느낌 자체를 주기 싫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전용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경계가 없는 여행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조금의 도움으로 비장애인이 가는 곳에 장애인도 갈 수 있는 것처럼 장애인이 가는 여행지에 비장애인이 못 갈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어뮤즈트래블은 업계 최초로 장애인 여행상품의 표준단가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장애 종류가 다양한 만큼 장애인 여행상품은 표준단가를 내놓기 까다로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오 대표는 "표준화된 단가가 생기면 장애인들에게 '나도 저 여행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어뮤즈트래블을 아시아 대표 장애인 여행 플랫폼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그는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앞으로는 전세계의 장애인들이 아시아를 여행하고 싶을 때, 그리고 아시아의 장애인들이 유럽·북미 등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어뮤즈트래블을 이용하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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