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간부 성추행 조사 어려워" 법무부 소극적 대응 도마에

뉴스1 제공 2018.01.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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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사안 엄중 인식…응분 조치" 입장과 딴판
청와대 청원게시판, '진상 조사 요청' 글 35건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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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 News1법무부 © News1


현직 검사가 과거 법무부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퇴직해 경위 파악이 어렵다는 법무부의 소극적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건은 피해 당사자인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지난 26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동석했던 당시 안태근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하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서 검사가 올린 글과 직접 방송에 출연해 밝힌 인터뷰를 종합하면 당시 안 전 검사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2009년 9월~2011년 8월)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았고, 안 전 검사는 서 검사 옆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가 술이 많이 취한 상태에서 추행했고, 주위에 검사도 많았고 바로 옆에 장관도 있어 항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당시 북부지검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됐으나 이후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2014년 4월 수원지검 여주지청 근무 당시 윤석열 지청장이 인사가 나 떠난 후 정기 사무감사에서 많은 사건을 지적당했고 검찰총장의 경고와 전결권을 박탈당한 후 2015년 8월 통영지청으로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사발령의 배후에는 안 전 검사가 있었고 안 전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최교일 당시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덮었다고 주장했다. 안 전 검사는 사건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었으며 서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발령난 2015년 8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서 검사는 "'Me Too' 운동이 전 세상을 울리는 경종이 되는 것을 보며 더이상 침묵하지 않고 스스로 내부로부터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된다면 하는 소망으로 힘겹게 글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미투(#Me Too) 운동은 '나도 성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고발하는 운동으로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2018.1.30/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문무일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2018.1.30/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법무부, 8년 경과·문제 당사자 퇴직으로 "경위 파악 어려워"



안 전 검사는 전날(29일)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억하지 못해 당시 동석자들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면 다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그 일과 관련해 사과요구를 받은 일은 없으며 해당 검사에 대해 불이익을 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당 인사 조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을 떠나 현직 국회의원인 최교일 당시 검찰국장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이 사건과 관련 당시부터 지금까지 서 검사와 통화하거나 기타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 사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고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30일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우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총장은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고 직장내에서 양성이 평등하게, 또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겠다"며 "한편으로는 피해 여성 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직장 내에서 평안하게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는 서 검사와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사무감사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전 검사와 최 전 국장이 소속했던 법무부는 부당 인사에 대해 문제가 없으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서 검사의 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지 약 8시간만에 입장을 밝혔다.

서 검사가 부당인사를 당했다고 말한 2015년 인사 과정을 살펴봤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으며 "성추행과 관련된 주장은 8년에 가까운 시일이 경과했고 문제 당사자들의 퇴직으로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서 검사 등 피해 당사자를 통해 이야기를 듣거나 사건이 발생한 곳이 장례식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당시 동석자 등을 파악하려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상조사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성추행 사건 관련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총 35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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