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신흥시장 기업 순익 급성장…"체급보다 센 펀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8.01.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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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MSCI전세계지수 위상 급격히 높아져…中 주도 가파른 순익 성장 주목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회사 객장 주가 전광판/AFPBBNews=뉴스1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회사 객장 주가 전광판/AFPBBNews=뉴스1


"아시아 신흥시장 기업들이 체급보다 센 펀치를 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기업들의 글로벌 증시 위상이 2000년대 들어 부쩍 높아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주요 증시를 반영하는 MSCI전세계지수(MSCIACWI)에서 아시아 신흥시장 기업 수는 1999년 183곳에서 지난해 567곳으로 3배 늘었다.



더 주목할 건 아시아 신흥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다. 같은 기간 글로벌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이 평균 3배 증가할 때 아시아 신흥국 기업들의 순익은 33배 늘었다.

JP모간자산운용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도 주요 기업의 실적 성장세는 훨씬 더 가팔랐다. MSCIACWI에 편입된 같은 지역 주요 기업의 순익은 1999년 8억3400만달러에서 지난해 3030억달러로 무려 362배 증가했다. FT는 이들이 현지 순익 증가세의 절반을 책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필두로 한국, 홍콩, 인도, 대만 기업들이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이 결과, MSCIACWI에 편입된 2400개 기업의 순익 가운데 아시아 신흥국 기업이 차지한 비중이 1999년 3.1%(182억달러)에서 지난해 25.9%(6230억달러)로 높아졌다.

일각에선 아시아 신흥시장 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게 별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주도한 게 중국이고 2000년대 들어 IPO(기업공개)가 성행한 데다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바닥으로 떨어졌던 기업들이 되살아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루크 리치데일 JP모간자산운용 신흥시장 담당 수석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999년 MSCI아시아지수 내 10대 기업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63,700원 ▲600 +0.95%)와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 애플의 하청 업체로 유명한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3곳에 불과하다고 거들었다.


리치데일은 다만 아시아 신흥시장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최근 몇 년간 이어졌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선진국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에서 순익을 2.5배 늘렸다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나머지 지역 기업의 순익 증가율은 69%에 불과했다.

제프리 데니스 UBS 신흥시장 주식 전략 부문 책임자도 아시아 신흥국 기업의 성장세가 중국 기업에 집중된 게 사실이지만 같은 아시아 신흥시장 기업들의 성장세가 다른 지역보다 가파른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MSCIACWI 시가총액 가운데 아시아 신흥시장 기업 비중이 12.2%밖에 안 되는데 순익 비중이 25.9%에 이른다면 순익 기준으로 체급을 뛰어넘는 펀치를 날리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데니스는 다만 투자자들이 성장세가 집중된 중국에서 정작 걸맞은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아시아 신흥시장의 성장을 주도했지만 MSCI중국지수의 지난 21년 평균 수익률은 MSCI아시아지수의 58%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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