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26곡으로 1위…걸그룹 '톱10' 70% '싹쓸이'
아이돌 70% 댄스, 비아이돌 40% 발라드
걸그룹 '음원전성시대'…보이그룹 '해외'로
힙합 30년새 10배 성장…‘톱10’ 11개→124개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팝' 신산업 성장"
칼군무 등 전통요소에 새 트렌드·유통 접목
/일러스트레이트=최헌정 디자이너
30년 사이 상위권 차트에서 대중의 귀를 점령한 아이돌 그룹의 곡은 13배 증가한 셈이다.
논란이 적지 않은 아이돌그룹의 정의는 그룹 중심의 제작 방식, 한류와 신한류 흐름의 연관성 등을 우선 고려했다. 신한류는 H.O.T, 동방신기 등 한류 선두주자들이 개별적으로 아시아 중심의 해외에 진출한 한류와 달리, ‘SM타운 라이브’라는 아이돌 그룹이 뭉친 단일 브랜드 콘서트로 아시아 넘어 세계에 진출한 2008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2008년 첫 투어를 시작한 이래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인기를 끌며 ‘케이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0년간 멜론 월간 종합차트 '톱10'에 가장 많이 오른 아이돌 그룹은 '빅뱅'이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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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멜론 ‘톱10’에 오른 아이돌 그룹 수도 곡 수 못지 않게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톱10’에 오른 가수 총 316팀 중 아이돌 그룹은 86팀(27.2%)이었다. 이중 남자는 39팀, 여자는 41팀, 혼성은 6팀으로 조사됐다. 비아이돌 230팀 중 남자는 135팀, 여자는 51팀 등이었다.
아이돌 그룹 중 ‘톱10’에 가장 많은 곡을 올린 팀은 빅뱅으로 10년간 26곡이나 차트에 올렸다. 뒤를 이어 2NE1(14곡), 소녀시대·씨스타(12곡), 티아라(11곡), 비스트(10곡) 순이었다. 비아이돌 가수에선 아이유와 다비치가 21곡으로 공동 1위를, 버스커버스커(16곡), 케이윌(13곡), 악동뮤지션·MC몽(11곡), 이승기(9곡)가 2~5위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멜론 월간종합 차트 ‘톱1’에 가장 많이 오른 가수도 빅뱅이었다. 빅뱅 곡은 총 '톱1'에 오른 119곡 중 6곡으로 원더걸스(6곡)와 더불어 1위를 차지했다. 비아이돌 중에는 아이유가 5곡이 월간 1위에 올라 최다 곡을 기록했다.
◇10년 단위 분석…댄스 18.1%→33.3%로 계속 증가, 발라드 54.4%→28.0%로 하락
/일러스트레이트=최헌정 디자이너
비아이돌 그룹의 댄스는 497개 중 61개(12.2%)로 저조한 반면, 발라드는 191개(38.4%)로 아이돌 그룹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아이돌 그룹 10팀 중 7팀은 댄스에 주력했고, 비아이돌 그룹 10팀 중 4팀은 발라드를 선보인 셈이다.
10년 주기 시대별 장르와 비교해도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1988~97년 ‘톱10’에선 댄스가 496곡 중 90곡(18.1%), 발라드가 270곡(54.4%)이었고, 1998~2007년 ‘톱10’에선 댄스가 717곡 중 180곡(25.1%), 발라드가 286곡(39.8%)이었다. 다시 말하면 댄스는 10년 주기로 18.1%→25.1%→33.3%로 계속 증가했고, 발라드는 54.4%→39.8%→28.0%로 계속 하락했다.
월간 '톱10'에 이름을 올린 상위 10위 아이돌 그룹 중 8팀이 투애니원(2NE1), 소녀시대, 씨스타 등 걸그룹이었다. 사진은 소녀시대. /사진=이기범 기자
신한류 기간 음원 차트를 이끈 아이돌 그룹 중 걸그룹의 약진이 눈에 띈다. 월간 종합 차트 ‘톱10’에 이름을 올린 걸그룹은 상위 10위권 중 8팀이 올랐기 때문. 빅뱅 26곡(1위)에 이어 2NE1(14곡), 소녀시대·씨스타(12곡), 티아라(11곡), 원더걸스·브라운아이드걸스(9곡), 태연·카라(8곡) 등 걸그룹 8팀이 음원의 강자로 우뚝 섰다. 보이그룹은 빅뱅, 비스트(10곡), 지드래곤(8곡) 등 3팀이 전부였다.
비아이돌 그룹의 경우 골고루 섞였다. 아이유와 다비치 여성 보컬리스트가 21곡으로 공동 1위를 유지했고 버스커버스커(16곡), 케이윌(13곡), MC몽·악동뮤지션(11곡), 이승기·허각·에일리(9곡) 등이 2~9위권을 형성, 다시 백지영·싸이(8곡)가 뒤를 이었다.
‘톱10’에 오른 아이돌 그룹의 성별 대결에선 걸그룹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음원 점유율을 파악하기 위해 중복 곡을 포함해 월간 차트(다음 달 계속 차트에 머문 같은 곡은 두 곡으로 계산)를 조사한 결과, 걸그룹은 2015년 보이그룹 25개보다 4개 적은 21개를 제외하고 2008년부터 2017년 11월 현재까지 압도적인 수로 음원 차트에서 강자로 군림했다.
2010년엔 ‘톱10’에 든 걸그룹의 곡이 40개로 보이그룹 곡 19개의 2배, 2016년엔 걸그룹 곡 32개로 보이그룹 곡 9개의 3배가 넘었다. 지난 10년간 걸그룹의 곡이 ‘톱10’에 오른 수는 총 287개로 보이그룹의 곡 165개보다 122개 많아 ‘걸그룹의 음원 전성시대’가 이어졌음을 여실히 입증했다.
‘톱10’에 올린 비아이돌(뮤지션)의 전체 성별 구성비에선 남성 뮤지션이 174명으로 여성 92명보다 2배 가까이 많았으나, 아이돌 성별에선 걸그룹이 41명으로 보이그룹 39명보다 2명 더 많았다.
힙합 장르는 1990년대까지 비주류였지만 2000년대 이후 주류 음악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힙합 유행이 젊은 세대의 '욜로'(YOLO·현재를 즐겨라) 열풍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사진=Let's CC
2000년대 이후 대중음악의 새 주류로 떠오른 힙합(랩)은 10년 주기마다 큰 폭으로 차트에 진입해 대세 장르로 자리잡았다. 1988~97년 ‘톱10’에 든 힙합은 11개였으나 1998~2007년엔 59개, 2008~2017년엔 124개로 껑충 뛰었다. 30년간 10배 이상 차트에 진입하면서 대중에게 힙합은 일상의 음악으로 인식됐다. 힙합이 주류로 뛰어든 배경에는 세상에 대한 젊은이들의 달라진 이해와 해석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는 “래퍼들은 노래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쟁을 내면화하고 생존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된 젊은이들은 ‘욜로’를 세대의 복음처럼 여긴다”고 설명했다.
음악 장르적 측면에서도 힙합은 밴드 형식에서 자유롭고, 멜로디나 화성없이 할 수 있는 손 쉬운 음악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10년간 국내 아이돌 그룹은 일본에서 시작해 중국, 동남아, 북미 등으로 해외 활동을 늘렸다. 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케이콘 2016 LA' 콘서트 현장. 공연에는 총 1만2000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사진=CJ그룹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아이돌 그룹 비중이 40%까지 높아진 배경에 대해 디지털이 중심이 된 음원 시장 확대와 해외 활동의 증가를 꼽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음원과 젊은 층의 궁합이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재편된 경향이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팝의 수요가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 가속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 현상은 다양한 음악의 장르가 나오지 못하는 쏠림과 획일화에 대한 비판도 함께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케이팝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일본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다 보니 기획사에서 너도나도 수익이 되는 아이돌 그룹에 전력했다”며 산업의 수익 구조적 측면으로 해석했다.
10년간 댄스가 증가하고 발라드가 감소한 이유에 대해서 김 평론가는 ‘팬덤의 집중화’로 순위 올리기에 열을 올리는 문화가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과 함께 지난 10년간 월간 종합차트 '톱10'을 분석한 결과 10곡 중 평균 4곡이 아이돌 그룹의 곡이었다. 사진은 아이돌 그룹 위너. /사진=임성균 기자
그는 “올해 현상에서 보듯 워너원이나 방탄소년단 등 보이그룹은 국내보다 해외 진출에 더 역점을 둘 가능성이 높고, 걸그룹은 아직 경쟁력이 높은 국내 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 힙합의 대중화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2012년 시작한 엠넷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들었다. 정 평론가는 “장르에 대한 거부감을 이 방송이 없애고 저변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힙합 장르 자체가 국내외적으로 트렌드가 된 상황”, “예전엔 록, 지금은 힙합이 젊은 층 어필”(이상 김 평론가)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 신한류 확장의 관건…기존 케이팝에 새 트렌드 접목, 교감 정서 무기로 유통채널 이용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취한 좋은 예로 평가받는다. /사진=김휘선 기자
정덕현 평론가는 “이런 요소들을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전파하는 게 중요한데 우리 케이팝은 내부적으로 그런 게 잘 발달 돼 있다”며 “케이팝의 새로운 공식을 다른 그룹들도 좇아갈 것”이라고 했다.
싸이 이후 신한류 흐름이 유튜브 등 밀접한 네트워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 채널을 통한 홍보방식이 신한류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헌식 평론가는 “케이팝의 특징이 팬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비중이 커서 노동강도가 엄청 세다”며 “미국 아티스트와 달리, 우리는 팬에게 자세 낮추고 교감하는 감정 노동자의 모습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적지 않아 이 부분이 새로운 무기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