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가본 것도 아닌데, 모바일 내비는 어떻게 이같은 시간 예측 서비스가 가능할까. 답은 빅데이터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이동 관련 데이터들을 차곡차곡 수집돼 정교한 통계 데이터가 되고, 이를 근거로 가장 유사한 상황을 추정해 예측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서비스다.
출발할 때 제공하는 도착 시간 예측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현재 시점의 이동 경로별 속도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목적지까지 이동 경로 중 5분 후, 10분 후 거쳐 갈 도로에서의 지나갈 미래 시점의 속도를 예측해 반영한다.
◇‘불법 좌회전 많은 곳’ 알고 봤더니…빅데이터가 바꾸는 세상=T맵 등 모바일 내비 빅데이터는 길찾기 서비스 뿐 아니라 도로 신호체계 개선 등 교통분야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다. 가령, 제주도의 유명 관광지 에코랜드 테마파크로 들어서는 2차선 도로에서는 불법 좌회전이 유독 많다. 전방에 U턴 신호가 있지만 한참을 돌아야 해서 신호를 위반하고 목적지로 가려는 운전자가 많아서다. 이곳에 좌회전 신호를 만들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신호 위반에 따른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T맵 빅데이터가 찾아낸 도로 신호체계 개선 후보지다. SK텔레콤은 T맵에서 측정한 위치 정보, 도로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비정상적으로 교통 법규 위반이 많은 지역이나 속도 위반 사례가 많은 곳의 데이터를 관할 부처에 제공해 신호체계, 제한속도 변경 등을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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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손짓 호출 없앤 ‘카카오택시’ 데이터의 힘=16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택시(카카오T). 하루 평균 150만 건, 지난 2년간 3억3375만건의 호출이 일어난 카카오택시의 출발지, 목적지, 이동경로 데이터는 국내 주요 상권 특징과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빅데이터로 꼽힌다.
이태원, 홍대로 가는 카카오택시 호출 수가 가장 많은 날은 명절도, 연말도, 크리스마스도 아닌 핼러윈 이벤트 때다.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하남 스타필드는 대규모 백화점, 쇼핑몰이 개장한 이래 호출 수가 급증하며 새로운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가로수길 내부에서 택시를 호출하거나 도착하는 수요는 감소한 반면 인근 신사역 택시 출·도착은 급증해 미묘한 상권이동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주말 마트나 백화점 이용이 많을 것이란 사회 통념과 달리 내비게이션 카카오맵 데이터에 따르면 평일에 마트, 백화점을 방문하는 비율이 5%p 더 높았다. 이들 정보는 모두 카카오T의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분석된 정보로, 매장 확보나 마케팅 등에 더 없이 요긴한 정보다.
정하웅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사람들은 검색할 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디지털 데이터의 장점은 설문조사 등의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왜곡이 걸러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치 정보, 주행거리, 택시 호출 수 등 디지털로 자동으로 수집되는 데이터의 경우 신뢰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종갑 SK텔레콤 T맵사업본부 팀장은 “T맵의 경우 목적지를 검색하고 이용자가 그 장소에 직접 갔는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동경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타겟팅 효과가 높아 사업 파트너들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빅데이터와 인재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국가 차원의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인식이나 활용 수준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빅데이터 활용은 커녕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시스템 도입율은 5.8%에 그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관리한 인력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