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강남역 인근 무인카페에서 소비자가 직접 커피추출기를 조작해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 사진=박치현 기자
8일 서울 중구 한 무인편의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이미 능숙하게 가게를 이용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IC(집적회로) 카드를 꼽고 편의점에 들어가 한 손에 바구니를 들었다. 약 16.5㎡(5평) 남짓한 내부를 좌우로 누비며 바구니에 빵, 우유 등 간식거리를 담았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임유선씨(36)는 "아침마다 우유나 음료 같은 요깃거리를 사러 온다"며 "처음에만 불편했고 익숙해지니 셀프(self) 계산대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무인화의 걸림돌로 보였던 소비자들의 불편은 큰 문제가 아닌듯했다. 강남역 인근 무인카페를 찾은 시민들은 오히려 값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커피를 즐겨 좋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무인카페는 3대의 커피추출기에서 직접 커피 종류를 고르고 IC 카드를 꽂아 바로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커피값은 아메리카노 기준 1500원으로 일반 커피 매장에 비해 저렴했다.
손님 박수홍씨(47)는 "이용해보니 줄을 서거나 복잡하게 주문할 필요가 없고 가격도 싸서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인건비 문제로 무인카페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박씨는 "편하기는 한데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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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무인카페 관계자는 "(무인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줄인 덕으로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권협씨(62)는 "(점주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며 "직원을 줄인 지금은 계산대를 지켜야 해서 가게 업무 외에 다른 일을 못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가게 주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상품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었다. 가격 인상의 후폭풍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인건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서울 방배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34)는 "인력을 줄이는 것은 누군가가 더 일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미 일이 배분돼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인력 감축이 어려워 대신 케이크나 음료 등의 메뉴 가격을 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조모씨(22) 역시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그만큼 물가가 오르는 것인데, 마냥 좋은 일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고용 유지 1명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내년 2조9708억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조성했다. 직원 수 30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해 고용 유지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방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72)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지원한다는데 그걸 다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싶고 자세한 내용도 알기 어렵다"며 "영세업자들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