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가 마지막 세자빈 '줄리아 리' 94세 노환으로 별세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7.12.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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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왼쪽)와 줄리아 리이구(왼쪽)와 줄리아 리


영친왕 이은의 아들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인 故이구(1931~2005). 그의 부인 줄리아 리(줄리아 멀록, 1923~2017)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6일 중앙일보는 이남주 전 성심여대 음악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줄리아 리가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이구 선생의 9촌 조카다.



이 교수는 "줄리아는 손전화도 못 쓸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누워만 있다가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면서 "외롭게 타국을 떠돌던 이구 선생에게 8년 연상인 줄리아가 엄마나 누나 같이 의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왕가의 마지막 세자빈인 줄리아 리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195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 이구 선생을 만나 1958년에 결혼했다.



이구 선생은 조선국 고종태황제(대한제국 선포 1897년 10월 12일 즉위)의 왕자 영친왕의 아들이다. 영친왕 이은과 일본인 부인 이방자 사이에서 1931년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첫째 아들 진(晋)이 생후 8개월 만에 비명횡사함에 따라 마지막 황세손이 됐다.

이구 선생은 일본에서 태어난 뒤 학습원 등을 거쳐 1950년 미국으로 유학, 보스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건축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뉴욕의 한 인테리어 설계사무소에서 건축사로 일하며 줄리아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27세 이구 선생과 35세 줄리아는 1958년 뉴욕의 한 교회에서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1963년 일본에 머물던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가 요청해 함께 귀국해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1982년 이혼했다. 종친회 측에서 푸른 눈의 세자빈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구 선생에게 이혼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 리는 한국에서 '줄리아 숍'이라는 의상실을 경영하며 복지사업을 계속하다가 1995년 하와이에 새 정착지를 마련해 한국을 떠났다.

줄리아 리는 2005년 7월 16일 도쿄의 옛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이구 선생의 유해가 국내로 들어와 장례를 치렀을 때도 초대받지 못해 먼발치에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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