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진행한 신입 RA(리서치 어시스턴트) 면접에 한국·미국·중국 유수의 명문대 졸업생이 몰리자 이 같이 털어놨다. 한자릿수 인원을 채용할 예정인 이번 면접에 수십 여 명의 고급 인력이 몰렸다.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 채용은 특정 섹터에 이직이나 퇴사로 빈자리가 생겨야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기는 게 예사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은 과거와는 격세지감이라 할 만큼 차이가 크다. RA에서 애널리스트 타이틀을 달면 수년 내에 억대 연봉을 바라볼 수 있던 과거와는 달리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스타' 애널리스트가 줄었다.
한정된 인원으로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다 보니 가끔 함량 미달의 보고서가 등장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한 주니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장하는 자회사를 둔 모기업 기업가치를 잘못 계산해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고 목표주가를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는 선임자들 역시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장 개장 전 새벽 시간 데드라인에 맞춰서 올라오는 리포트들을 일일이 검수하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 요청으로 수정된 리포트를 두고 "애널리스트가 망신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껏 양질의 지원자를 채용해놓고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검수를 소홀히 할 경우 안 그래도 위축된 애널리스트 위상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관투자자에 비해 정보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손해다. 애널리스트들이 과거의 영광을 찾으려면 시장과 투자자 신뢰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