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늘구멍 '애널리스트', 시장 신뢰 되찾으려면…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7.11.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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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면접을 보면서 과연 20년 전 나라면 서류심사에나 붙었을까 싶었습니다."

한 증권사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진행한 신입 RA(리서치 어시스턴트) 면접에 한국·미국·중국 유수의 명문대 졸업생이 몰리자 이 같이 털어놨다. 한자릿수 인원을 채용할 예정인 이번 면접에 수십 여 명의 고급 인력이 몰렸다.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 채용은 특정 섹터에 이직이나 퇴사로 빈자리가 생겨야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기는 게 예사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은 과거와는 격세지감이라 할 만큼 차이가 크다. RA에서 애널리스트 타이틀을 달면 수년 내에 억대 연봉을 바라볼 수 있던 과거와는 달리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스타' 애널리스트가 줄었다.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증권사들이 수익성과 거리가 먼 리서치센터 인원부터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원은 줄었지만 상장사는 매년 늘어 여러 섹터를 겹쳐서 맡는 애널리스트들도 생겼다.

한정된 인원으로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다 보니 가끔 함량 미달의 보고서가 등장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한 주니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장하는 자회사를 둔 모기업 기업가치를 잘못 계산해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고 목표주가를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최근 금융감독원은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돌며 시장이나 종목에 쟁점 이슈가 발생할 경우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이 이를 함께 논의하고 주니어 애널리스트나 RA가 주도해서 작성한 리포트는 사전 검수를 반드시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는 선임자들 역시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장 개장 전 새벽 시간 데드라인에 맞춰서 올라오는 리포트들을 일일이 검수하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 요청으로 수정된 리포트를 두고 "애널리스트가 망신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껏 양질의 지원자를 채용해놓고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검수를 소홀히 할 경우 안 그래도 위축된 애널리스트 위상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관투자자에 비해 정보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손해다. 애널리스트들이 과거의 영광을 찾으려면 시장과 투자자 신뢰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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