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면세업계, '다이궁'과 이별 준비할 때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17.1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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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쉬쉬' 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번 '광군제'도 '다이궁(보따리상)'이 없었으면 이런 실적 못 냅니다. 당장 매출만 챙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다이궁이 가뭄의 단비이긴 하지만 송객수수료 등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

올해 면세업계 화두는 다이궁이다. 중국 보따리상을 뜻하는 다이궁은 이른 아침 출근길 면세점 앞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빈 가방을 들고 문도 열지 않은 면세점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다이궁이다.



다이궁은 3월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으로 금한령 정책 기조를 펼치기 시작한 이후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실제 온라인 면세점들은 이번 광군제 기간(11월 1일~11월 11일) 다이궁 구매력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5~30% 상당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고,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산업 매출은 12억3227만달러(약 1조4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 이후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다.



문제는 다이궁에 의존한 기형적인 매출 구조가 면세점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궁 덕분에 매출은 늘었지만, 이들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탓에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늘어난 매출에도 면세업계가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기형적인 매출 구조를 가지고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의 규제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다이궁 열풍에 마냥 기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이궁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2016년 중국 정부의 다이궁 규제에 직격탄을 맞은 걸 면세업계는 기억해야 한다. 중국 일변도의 시장을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고 다양한 쇼핑 컨텐츠로 승부할 때다.

한·중 양국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여행사들이 곧 본격적으로 한국 단체 관광을 재개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 면세업계에 묻고 싶다. 다이궁과 이별할 준비가 됐는지.


[기자수첩]면세업계, '다이궁'과 이별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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