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어쿠스틱 스테이지'에서 AI(인공지능)와 인간의 '재즈 대결'이 진행되고 있다. 누구 연주인지 맞히기 위해 무대는 블라인드로 꾸려졌다. /사진제공=EBS
그간 음악에서 컴퓨터가 담당하는 역할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음악 범주에서 최상위 레벨로 취급받는 재즈에서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민 건 최초다.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렸다. ‘아, 이 부분에서 너무 정교한 것 같아’라고 생각해 AI라고 확정하는 순간, 다음 플레이에선 결정이 흔들렸다. 두 곡을 마친 뒤 관객은 어느 쪽에 더 많은 표를 던졌을까.
AI는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개발한 ‘이봄’이다. 인간의 연주는 국내 내로라하는 관록의 재즈 연주자 원영조(피아노), 이원술(베이스), 오종대(드럼)가 각각 맡았다.
인간과 AI의 연주를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이날 무대에 쓰인 곡 모두 AI가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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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이번 AI 기술은 각종 재즈이론을 도입해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임의 음악 중 부합하는 멜로디를 뽑아내는 작곡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뮤지션들이 머릿속에서 수많은 문제를 조합하고 감성을 덧대 작곡하듯, AI 역시 무한대의 곡을 조합해 가정한 뒤 적당한 것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주 부분에선 AI 기술이 미완성 단계라고 보고 있다. 안 교수팀은 피아노 연주 쪽에 연구는 오래 했지만, 아직 같은 연주라도 미세한 감성의 차이로 표현되는, 즉 신경과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0.1%의 미세 연주를 구현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블라인드 무대'로 꾸민 라이브 공연. 커튼 안에선 AI(인공지능)와 인간의 연주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제공=EBS
AI가 선보인 이날 작곡은 재즈적이었지만, 평이한 수준이어서 앞으로 더 많은 학습과 자가발전이 요구되기도 했다. 연주자들은 그러나 AI가 지배할 미래 음악 산업에 대한 우려를 놓지 않았다.
오종대는 “단순히 어떤 매장에서 AI가 만든 백그라운드 음악을 사용하는 문제들이 빈번할 경우 뮤지션의 저작권 수입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연주자들은 이날 경연에서 AI의 현재 작곡과 연주 수준을 감안해 바둑으로 치면 ‘몇 수 접고’ 나섰지만, 격차를 좁힐 날도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AI와 인간의 대결 결과는 오는 12월 7일 EBS ‘비욘드-과학, 재즈를 만나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