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에 신뢰 꺾인 금감원, 주식거래 전면금지 검토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7.10.24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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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문화TF 전 직원 거래금지 논의…실질적 해결책 아니라는 내부 비판도

차명계좌에 신뢰 꺾인 금감원, 주식거래 전면금지 검토


금융감독원이 전 직원의 주식거래를 전면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감사원 감사 결과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 등 위법사항이 적발된데 따른 후속조치다. 추락한 금감원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주식투자 전면금지가 개인의 자산관리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말 발족한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는 금감원 전 직원의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의 임직원 행동강령은 임원 및 국·실장급 직원(외부기관 파견 포함)에 한해 주식거래 등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TF는 오는 11월 중 발표할 종합 혁신안에 금융투자상품 투자와 관련한 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금감원에 대한 감사 결과 44명의 직원이 주식거래와 관련해 신고를 하지 않거나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거래를 하는 등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및 금감원 관련 내부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 직원은 자신의 장모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2013년부터 4년간 735억원 규모의 주식 등을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력한 쇄신을 촉구하자 “시장을 감시하는 기관으로서 송구스럽다”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특히 관련 업무를 맡은 직원은 (주식거래를) 금지하는 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주식거래와 관련해 개선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직원들의 비위행위가 조직 전체의 신뢰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 금감원은 내규를 통해 직원들의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의 거래 한도를 전년도 소득총액의 50%, 횟수를 분기당 10회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거래 전면 금지가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금감원 한 직원은 “목욕물을 버리려다 목욕통 속의 아기까지 버리는 꼴”이라며 “주식거래를 전면 금지하면 오히려 차명계좌가 더 생길 수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해에도 전 직원의 주식거래 전면 금지를 검토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국·실장급 직원만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금감원 국장급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합법적인 부분까지 무조건 막아버리는 식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 규제는 사전규제(포지티브 규제)에서 사후규제(네거티브 규제)로 개혁을 추진하면서 정작 내부 규율에 대한 부분은 과거를 답습하는게 맞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 관계자는 “법이나 내규를 어겼을 때 면직이나 정직 등 내부 제재를 강하게 하는 식으로 사후조치를 마련하는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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