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을 비롯해 서울 전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고 한다. 사실상 대형 건설사 대부분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비사업을 둘러싼 ‘비리 사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비사업 관련 비위 사건은 방산비리나 지역 토착비리 등과 함께 검찰의 대규모 ‘기획수사’에서 단골 메뉴였다.
2016년에는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장이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단일 아파트 단지로는 최대·최고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는 곳들이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들은 ‘사생결단’으로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조합 임원들과의 유착과 ‘불법의 고리’가 쉽게 형성되곤 했다.
당국의 느슨한 단속과 모호한 규정은 이러한 불법을 부추긴다. 단속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이사비 과다 논란이 일자 지난달 21일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해당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는 이사비가 사회 통념상의 ‘적정 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건설사들 마다 각기 달리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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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비리 수사는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명품가방 등 선물과 현금, 상품권 등을 광범위하게 뿌렸다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은 누구든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쌍방을 형사 처벌하도록 한다.
건설사들이 쥐어 주는 선물이나 금품을 무심코 받은 경우도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재건축 김영란법’이라도 있어야 하는 걸까.
국토부는 적정 이사비를 비롯해 건설사가 제시하는 각종 무상지원이 추후 공사비 증액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조합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개선안에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선물 등 ‘무상지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포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