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얼굴과 실명이 공개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미국에선 '노모'지만 한국에선 모자이크 처리할 수밖에 없는 판사부부의 머그샷. /사진=KUAM뉴스
◇미국 : 공인인증서 따위 없이도 누구나 범죄자 얼굴 구경잼
마약 소지 혐의로 콩밥 먹었던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와 그의 머그샷./사진=이동훈 기자, 미국 경찰
다만 미국은 연방제잖아? 주마다 머그샷 공개 기준이 달라. 예를 들어 하와이주의 호놀룰루 경찰은 요청이 있을 때만 보여주고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 경찰은 아예 보여주지 않아.(#안돼_못_보여줘_돌아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열된 '노모' 머그샷들/사진=Arres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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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두면 쓸모 있는 범죄자 얼굴
사진 촬영 협조 안하면 사망각. (영화 '범죄도시' 스틸컷)/사진 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경찰이 범죄자의 얼굴을 찍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야. 범죄자 구별. 공개수배.
형집행법 제19조와 87조를 살펴보면 '경찰서 유치장에 뉴페이스가 들어올 경우 뉴페의 얼굴 사진을 찍는다'는 내용이 있어. 형사가 범죄자들을 쉽게 구별해 알아보기 위해서지.(#너는_에바참치_쟤는_꽁치) 범죄자 입장에서야 담당 형사는 한 명이지만 형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조사해야 하는데 일일이 외우긴 힘드니까.
범죄자의 얼굴 사진은 교도소나 구치소, 유치장을 탈출한 범죄자를 잡을 때도 큰 도움이 돼. 미리 찍어둔 사진을 활용해서 공개수배하면 그걸 보고 시민들이 제보하고 신고할테니 개이득이지 않겠어?
◇얼굴 공개는 네 가지 기준을 다 통과해야만
그런데 말이야. '범죄자 직찍사 by 경찰'은 웬만해선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아. 까딱 함부로 공개했다간 얼굴이 까발린 범죄자나 그의 가족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고 또 인권 침해 논란(#죄는_미워해도_사람은_미워하지_말자?)에 휘말릴 수 있어.
응? 그럼 유영철·강호순·오원춘 등 네임드 범죄자들의 얼굴은 어떻게 알려진 거지? 왜 우린 이 인간들의 얼굴을 다 알고 있는 거야?
이 범죄자들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로부터 슈퍼패스(=통과)를 받은 특수 케이스라 그래.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는 사건을 맡은 각 지방경찰청에 설치되는 기구인데 여기서 범죄자의 얼굴을 일반 국민들에게 깔지 말지 결정하지. 위원회는 정신과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외부 전문가 4명과 경찰 3명 등 총 7명의 위원들로 이뤄져 있어. 이 위원님들이 법적 기준을 꼼꼼히 따져본 후에 '공개 ㄱㄱ' 혹은 '공개 ㄴㄴ'를 결정하는 방식이야.(#신중甲)
자, 그럼 그 법적 기준이 뭔지 살펴볼까.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제8조의2를 보면
범행 수단이 넘나 잔인하고 피해가 심하면서,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를 충분히 쟁여놓은데다, 범죄자의 얼굴을 뙇! 공개하면 우리 사회가 개이득을 보는(=국민의 알 권리 및 공익성) 동시에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때
범죄자의 얼굴, 이름,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어. 기준에 딱딱 들어맞는데도 불구하고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의 범인인 김양(17)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때'에 걸려서야. 김양 나이가 고급식(=고딩)만 아니었어도…
아오! /사진=tvN '더 지니어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전국의 성인 남녀 536명을 대상으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었어.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7.4%가 "찬성한다"고 답했어. 이는 반대 의견(8.9%)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야. 게다가 지역별·연령별·성별·정치성향별로도 찬성 의견이 대다수였지.(#하나되는_대한민국)
일본방송에선 얼굴만 '노모'였지만 여긴 한국이니까 얼굴에도 모자이크 처리 했음주의./사진=FNN뉴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7명의 부녀자를 연쇄살인한 강호순./사진=머니투데이 DB
또 하나 찬성 의견에 힘을 보태자면 얼굴 공개를 결정하는 기준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는 거. 지난해 1월 경기도 부천에서 한 부부가 7살 아들을 죽이고 그 시신을 훼손한(=토막 낸) 사건도 그래. 아까 설명한 4가지 조건 기억하지? 그걸 다 클리어했는데도(#퀘스트_완료) 경찰은 부부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거든. "혼자 남은 어린 딸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어서"라며. (#이럴_거면_기준이_뭔_필요)
◇유전무샷 무전유삿… 머그샷 이용한 창조경제?
머그샷 사이트들이 검색 결과 상위에 뜨는 구글. /사진=픽사베이
모리스씨는 미국처럼 범죄자의 얼굴 사진이 '공개 정보'가 되진 않았으면 한대. 머그샷을 지워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머그샷 사이트'가 한국에도 생길까 걱정돼서 그렇대. 실제로 구글에서 'mugshot'을 검색하면 미국 경찰이 공개한 머그샷을 긁어다가 한데 모아 보여주는 아카이브 사이트들이 주르륵 나와. 이 사이트들 중에선 머그샷이 찍힌 사람을 상대로 삥을 뜯는 곳도 있지.
사진은 경찰이 찍고 돈은 내가 번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결국 무죄로 풀려난 사람의 머그샷도 계속 내비두는 바람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야. 미국 사회에선 머그샷이 있을 경우 취직이나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든. 빨간 줄(=전과 기록)만큼이나 무서운 게 머그샷인 거지.
◇범죄자 얼굴 공개 찬성? 반대? 당신의 선택은?
지금까지 범죄자 얼굴 공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알아봤어. 공개, 비공개 둘 다 제각기 장단점이 있지.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앞으로도 '어금니 아빠'와 같은 전국구급 사건이 터질 때마다 네티즌들은 범죄자의 얼굴을 보려고 초록창과 구글을 탈탈 털 거라는 거야.(#SNS도_빼면_섭하지) 해마다 반복되는 이 소동을 끝내기 위해, 엉뚱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려 뜻밖의 신상털기를 당하는 억울한 일이 없애기 위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