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가 옥죄는 일자리

머니투데이 세종=정혜윤 기자 2017.10.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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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풀어달라.”

산업통상자원부 간담회가 열리면 기업들의 요구사항 1순위는 늘 ‘규제 완화’다. 기업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그치질 않는다. 정부는 이에 “노력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면 조세 감면, 현금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당근책’을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은 일자리 늘리기에 맞춰져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되고, 일자리 효과가 큰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된다.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세제 등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약속도 쏟아냈다. 모든 정책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주는 ‘당근’보다 현장에선 ‘채찍’ 효과를 더 절감한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이 한 예다. 오염물질 배출 총량제 적용, 먼지 배출 규제,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 제도 도입 등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생산 공정을 개선하거나 저감 장치를 신설하는데 2022년까지 1조원 가량 비용 부담을 추산했다. 업계는 그러나 비용에 정부 부과금 일부가 빠져 있고, 공장 규모에 따른 시설 비용 부담이 다르기 때문에 체감 효과는 더 클 거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잇단 규제 강화가 오히려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떨어뜨리고 있다. 수치를 봐도 그렇다. 지난 8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3% 줄며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5~6월 설비 투자가 늘었지만, 그 열기는 이내 식어버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지표가 고꾸라지고 있다. 8월 취업자 수는 21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청년실업률은 18년 만에 가장 높은 9.4%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북한의 잇단 핵실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대내외 악재를 크게 우려한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려면 무엇보다 ‘기본’을 인정해야 한다. 기업을 상대로 압박하기 보다는 ‘고용은 기업이 창출한다’는 경제 논리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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