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일개 차장급, '재건축 뒷돈' 억대 요구?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7.09.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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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진주 재판서 설계업체 부사장 "삼성물산 직원이 요구"…당사자는 회사 통해 '부인'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국내 최대 건설사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의 직원이 협력업체 임원에게 재건축 일감의 대가로 2억원의 뒷돈을 요구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건설사 일개 실무자가 억대의 검은돈을 요구할 정도로 재건축 시장이 혼탁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최근 검찰의 건설업계 수사를 유발한 잠실진주재건축(잠실진주) 비리 사건의 재판 도중 나온 진술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성필)의 심리로 열린 잠실진주 사건 2차 공판에서 이 같은 증언이 나왔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A건축사사무소의 이모 부사장(52·불구속입건)은 "2015년 9월쯤 삼성물산 B차장과 C차장이 'A사가 잠실진주 설계 일감(50억원 상당)을 따도록 조합 실세인 김모 이사(71·여·구속기소)를 소개해 주겠다'며 한 사람당 1억원씩 총 2억원의 뒷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A사 이 부사장은 "5~6년 전부터 삼성물산 B차장을 알고 지냈으며 B차장 소개로 C차장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현대산업 (8,740원 ▲80 +0.92%)개발과 함께 잠실진주 시공사로 내정된 상태다.

진술은 피고인석에 앉은 조합 김 이사의 변호인이 A사 이 부사장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 부장판사가 "진술이 사실이냐"고 묻자 이 부사장은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A사 이 부사장은 "제안을 받아들이자 조합 김 이사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김 이사는 'A사가 잠실진주 일감을 수주하도록 해주겠다'며 2억원의 뒷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일감을 따려면 총 4억원(삼성물산 B차장 1억원, C차장 1억원, 조합 김 이사 2억원)의 검은돈을 줘야 할 판이었다는 주장이다.


A사 이 부사장은 "4억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 수주를 포기하려 했다"면서도 "그러나 조합 김 이사가 '다시 생각해보라'고 회유했고 김 이사에게만 2억원을 주면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A사는 잠실진주 일감을 수주했다.

조합 김 이사의 변호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듯 "검찰이 압수한 A사의 로비 장부에는 '삼성물산 B차장 1억원, C차장 1억원'이 적혀 있다고 나타났다. B차장 등에게도 2억원을 준 거 아니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A사 이 부사장은 "메모지에 해당 내용을 적어 장부에 붙인 것인데, (삼성물산 B차장 등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의미가 아니고 앞으로 그 정도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돈을 전달했다면 메모지 말고 장부에 직접 내용을 적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삼성물산 B차장은 당시 잠실진주 수주 업무를 맡은 것으로 확인되는데 10여 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에 "A사 이 부사장의 진술은 거짓말"이라며 "위증죄로 고소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C차장'은 근무 경력이 확인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C차장'은 삼성물산이 아니라 다른 건설사 직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A사 이 부사장의 주장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며 "B차장은 소속 직원이 맞지만 C차장이라는 사람은 삼성물산에 근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미 관련 진술 등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혐의점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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