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원장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직원이 한 말이다. 정부 산하기관장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에서 공을 세운 정치인을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나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이 거쳐 가는 자리보전용으로 인식돼온 지 오래다. KISA 원장 자리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원장이 교체될 때마다 신임원장의 자질을 두고 논란이 반복돼왔다. 정작 KISA 직원들에게 신임 원장이 낙하산이냐 아니냐, 전문가냐 비전문가냐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구성원들이 바라는 최우선 덕목은 조직에 대한 책임감이다.
기관의 특수성 때문이다. KISA는 민간과 공공 사이버 보안의 최전방 역할을 한다. 64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사이버전으로도 비화 될 수 있는 디지털 영토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24시간 365일 비상체제로 일한다. 맡고 있는 역할이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 ‘집행권한 없는 정부 산하기관’이란 꼬리표 탓에 업무상 애로가 적지 않다. 예컨대 중대한 침해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집행권한이 없어 눈앞에 큰 불을 보고도 곧바로 끄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예방 및 대응 업무 곳곳에서 타 부처 및 수사기관들과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업무의 위중함만큼 권한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직원들의 유일한 버팀목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 있는' 수장이다. 수장의 파워 역시 조직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다면 행사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