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도 않은데 호들갑"…'생리대 파동'으로 드러난 여성혐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7.09.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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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온 생리대④]금기어 '생리', 무지(無知)와 공감능력 결여키워…"인식개선 나서야"

편집자주 '생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인구의 반이 평생 35년, 1년 중 65일 동안 겪지만 언급은 금기시됐던 여성의 고통이 '생리대 파동'을 타고 터져나왔다. 유해물질 검출 논란은 생리대가 지닌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비싼 생리대 가격, 생리에 대한 인식, 생리대 변천사 등 생리의 모든 것을 짚어봤다. 

"아프지도 않은데 호들갑"…'생리대 파동'으로 드러난 여성혐오



"생리대 사태 원인은 xx녀들의 호들갑"
"생리, 아프지도 않은데 난리다"
"그냥 신문지로 막아. 아무 걸로나 대면 되는데 과민반응"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으로 수많은 여성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여성들은 '생리대의 민낯'을 보고 '이제는 생리도 맘 편히 할 수 없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번 생리대 파동에서 여성들은 또 다른 '민낯'과 직면했다. 생리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공격적일 만큼의 무지(無知), '생리혐오'다.



'생리'는 그동안 공적으로 언급하는 게 금기시됐다. '달거리' '월경'(月經) 등은 한 달에 한 번씩이란 사실을 적시했다는 점에서 직설적이기 때문에 ‘생리현상’을 줄여 말한 '생리'로 갈음돼 사용됐다. ‘생리’는 그 단어의 탄생부터 쉽게 말할 수 없어 만들어진 말이었다.

지난해 6월15일, 광주 광산구의회 정례회에서 A 구의원의 발언에도 이런 의식이 반영됐다. 저소득층 지원 물품에 생리대를 추가하자는 내용의 건의안을 논의하던 A의원이 갑자기 문제를 제기한 것. 그는 "(생리대는) 조금 듣기 거북하다"면서 "위생대, 그러면 대충 다 알아들을 것이다, 본회의장에서 생리대라는 것은 좀 적절치 못한 그런 발언"이라고 말했다.



생리에 대해 공적으로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은 공감능력 결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생리대 파동’ 관련 기사에 달린 포털 댓글들. ‘생리대 파동’ 관련 기사에 달린 포털 댓글들.
이번 ‘생리대 파동’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SNS(사회연결망서비스) 등에 게시된 글에도 생리와 여성에 대해 공격적, 비하적인 내용이 담긴 글이 적지 않다.

대학생 한모씨(26)는 "이번 '생리대 파동'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생리대를 쓰는 여성 아니겠냐"면서 "그런데 많은 글이 ‘생리가 뭐가 아프냐. 엄살이다’라거나, ‘생리대가 문제가 아니라 여성들이 살찌거나 방탕하게 생활해 생리양이 줄고 생리통이 생긴 것’ 등 여성을 공격하는 내용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잘못된 성교육을 받고, 생리에 대해 한 번도 툭 터놓고 말할 기회가 없었으니 생리에 무지한 이들로부터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생리대 파동'으로 관련 이슈가 공론화되면서 ‘생리’ ‘생리대’ 등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생리 관련 고충을 알게돼 혐오정서가 옅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직장인 윤모씨(남·27)는 “누나가 있지만 그동안 체형에 따라 생리대 크기가 다른 줄 알았을 정도로 무지했다. 이번 '생리대 파동' 관련 기사 등을 읽고 생리기간, 생리통을 비롯 면생리대와 생리컵의 존재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인숙 건국대 여성학 교수는 “여성의 몸을 '아름다워야 하는' 성적대상으로만 바라보니 '아름답지 않게 느껴지는' 피를 흘린다는 것에 혐오감을 느껴온 것"이라면서 "생리는 여성들의 선택에 따른 게 아니라 자연적인 것이므로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리는 국가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임’의 상징으로 중대한 공적 가치까지 지닌 만큼 ‘생리혐오’를 멈추기 위해 국가가 인식 개선과 관련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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