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증권가에는 한 금융정보회사에 다니는 40대 직원의 퇴직 소식이 화제다. 한창 돈을 벌어야 할 나이에 그는 어떻게 당당히 사표를 던질 수 있었을까. 30억원을 손에 넣게 됐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그 어렵다는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된 것일까. 아니다. 그가 대박을 터트린 것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서였다. 오래전부터 투자해온 비트코인이 올해 급등하면서 수십 배 차익을 남겼다고 한다. 40대에 여유로운 은퇴(?)라니. 여의도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2010년 등장 당시 거의 공짜였다. 그러나 희귀성으로 주목받더니 2011년 30달러를 넘고 2013년 4월 100달러를 돌파했다. 올 들어서는 연초 대비 400%가량 상승해 45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사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이 튤립 이야기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투자에 나서는 것은 왜일까. ‘나는 폭락하기 전에 팔고 나오면 된다’는 무모한 자신감 때문일까. 증권 고수들은 팍팍한 한국인의 삶이 가상화폐 투자와 같은 일종의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자고 나면 오르는 집을 평범한 샐러리맨이 월급을 모아서 사기는 불가능하다. 매일 야근에 죽도록 일해도 직장에서 정년까지 살아남기 힘들다. 남들만큼 아이들 학원이라도 보내려면 맞벌이를 해도 허리가 휜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방을 갈망하는 게 한국 사회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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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등 세계 각국 정부가 뒤늦게나마 규제에 나서면서 가상화폐 투자 열기는 진정되고 있다. 그러나 팍팍한 삶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2의 비트코인’이 또 나타나고 사람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도 재현되지 않을까.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인 현진건이 일제강점기를 ‘술 권하는 사회’라고 했다면 지금 한국은 ‘투기 권하는 사회’가 아닌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