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처음이야" 반말에 협박까지…차량 스티커 '눈살'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7.08.29 06:25
글자크기

"개성표현" vs "다른 운전자 배려해야"…현행법 "혐오감 주는 표지 안돼"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에게 '죽이겠다'고 하는 협박성 문구가 쓰인 차량용 스티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경적을 울리는 운전자에게 '죽이겠다'고 하는 협박성 문구가 쓰인 차량용 스티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자극적인 문구나 디자인의 차량용 스티커 사용을 두고 운전자 개성의 표현이라는 옹호론과 함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 강서경찰서는 차 뒷유리에 상향등을 비추면 귀신 모습이 드러나는 이른바 '상향등 복수 스티커'를 부착한 A씨(32)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에 회부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차라 다른 차량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귀신 스티커를 붙였다"고 털어놨다.



'상향등 복수 스티커'를 붙인 차량. /사진=부산경찰청 제공'상향등 복수 스티커'를 붙인 차량.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이를두고 뒷 차량을 놀라게 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스티커 사용을 제한해야한다는 주장과 차주의 방어 수단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 누리꾼은 "상대방의 운전을 방해하고 놀라게 하는 스티커는 문제"라는 의견을 내놨지만 또 다른 누리꾼은 "앞사람 운전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상향등이 더 문제"라며 "일종의 자기 방어 수단"이라며 A씨를 옹호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귀신 스티커 뿐 아니라 시중에 다양한 문구와 디자인의 차량용 스티커가 유통되면서 이 같은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운전에 서툰 운전자들은 일반적으로 '초보운전' 등의 스티커를 붙여 뒷 차량에 알리지만 몇몇 스티커들은 고압적인 느낌의 문구나 반말이 쓰여있어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초보운전'과 함께 다른 운전자의 배려를 구하는 스티커로 널리 쓰이는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도 다양한 문구로 변형돼 사용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의 차량용 스티커들은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성깔있는 아들이 타고 있어요' 등이 쓰여있다. 대학생 정모씨(24)는 이러한 스티커 문구에 대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뜸 반말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고 명령을 받는 기분"이라며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말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심지어 협박이나 선정적인 내용의 스티커를 붙인 경우도 있다. 최근 한 유명 차량 운전자 커뮤니티에는 '빵빵대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림'이란 협박성 문구가 적힌 스티커 사진이 올라와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오빠, 나 처음이야' 등 선정적 문구의 차량용 스티커도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스티커 사용에 대해 자신의 차를 꾸미는건 차주의 자유라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운전자의 운전을 방해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직장인 박모씨(28)는 "도로는 모두가 규칙을 지키고 배려해야 안전하다"며 "이런 스티커를 쓰는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뒷차의 운전을 방해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스티커 부착은 법적으로도 제한된다. 도로교통법 42조 1항은 "누구든지 자동차등에 혐오감을 주는 도색이나 표지등을 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중국의 한 쇼핑몰에 올라온 귀신 스티커. 후방 차량의 상향등에 '복수'하기 위해 제작됐다. /사진=중국 온라인커뮤니티중국의 한 쇼핑몰에 올라온 귀신 스티커. 후방 차량의 상향등에 '복수'하기 위해 제작됐다. /사진=중국 온라인커뮤니티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