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유럽 테러의 정치·경제적 파장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7.08.24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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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유럽 테러의 정치·경제적 파장


유럽에서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차량테러를 포함해 올해 들어 프랑스에서 5건, 영국 4건, 벨기에, 스웨덴, 러시아, 핀란드 등에서 1건 등 최근 유럽지역에서 테러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에서 테러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국가(IS)는 미국의 공세로 이라크 내 핵심 거점인 모슬 방어에 실패하는 등 계속 후퇴하지만 공격 대상을 유럽 내 테러로 확대하는 것이다. 시리아 동부에 있는 IS의 거점 라카에도 미군의 공습과 민병대의 진격이 이어져 IS의 후퇴가 임박했지만 국제 테러의 확산 위험은 오히려 커질 우려도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큰 이라크에서는 IS 소탕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시리아에선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 아사드 대통령과 반군세력의 대립이라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분산된 IS 세력이 일정한 입지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군 등의 라카 공격으로 IS 세력이 크게 위축되더라도 분산된 IS 조직이 구미 지역의 동조세력과 연계해 테러 공격을 계속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구미 현지 사회에 불만을 갖고 IS에 동조하는 중동계 이민자나 계획적으로 잠복한 IS 전투요원들이 1인 테러를 추진하는 한편 기회를 탐색하면서 대규모 테러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테러 빈발은 물론 유럽 및 세계 경제에 부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여행 수요 위축, 소비 및 투자심리 악화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는 올해 들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우리나라의 대EU 수출도 대미 수출을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를 감안하면 계속되는 테러로 유럽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의 경우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가 결정된 뒤 국제 금융시장이 일시적 혼란을 보여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 주목받던 프랑스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도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집권 100일을 지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국민지지율이 집권 초기 60% 수준에서 40%대로 급락한 것이 불안한 부분이다. IS의 테러 확대로 유럽 국민들이 정부 이민정책이나 EU 역내 통합정책에 대한 잠재적 불만을 확대함에 따라 발생하는 불확실성도 우려된다. 당장 약 1개월 후 있을 독일연방의회 선거가 초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현직인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여당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IS 테러와 정부의 테러대책 등 여론을 급변시킬지도 모르는 돌발적인 요인들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유럽 및 세계 경제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현재 세계 경제의 회복세는 과열감이 덜하고 물가 및 금리의 안정기조 속에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골디락스 경제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각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지만 버블에 대한 우려도 적은 실정이고 유럽중앙은행(ECB)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예상대로 올해 안에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즉, IS의 테러 확대가 잠재적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조성하지만 단기적 경기향방이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 내부의 정치상황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테러의 공포감은 유럽 국민들의 분열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프랑스 하원 선거에서는 기존 양대 정당이 크게 패배하고 또 승리의 주인공이 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최근 급락하는 현상을 보면 유럽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요망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의 내부적인 분열양상은 중장기적으로 EU시스템을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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