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조사를 위해 달걀 수집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사진=뉴스1
농식품부가 잘못 발표했다고 공식 인정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A 농장의 계란은 이미 '살충제 계란'이 돼 있었다. 기사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A 농장의 계란 껍질 코드 번호가 공유됐다. "살충제 계란 조심하세요"란 글과 함께였다. 18일 오전 10시50분쯤 A 농장에서 만난 B씨는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낸 탓인지 수척해 보였다. 기자를 만나자 자신의 얼굴을 좀 보라며 운을 뗀 그는 "어제(17일) 밤까지 시달린 탓에 주름이 더 생겨버렸다"고 토로했다.
지인들과 거래처에서 오는 연락으로 전화기에 불이 난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B씨는 "우리 농장이 부적합 농장이라고 발표될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출입 제한을 알리는 문구가 커다랗게 붙은 대문 뒤에서 이야기를 털어 놓던 B씨는 대화가 끝날 때까지 대문을 열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발표를 번복한 후 17일 A 농장에 대한 친환경 농장 허가 재검사를 실시했다. B씨는 "재검사를 한다며 다른 농장에선 하지도 않았던 질문들을 꼬치꼬치 캐물었다"며 "마치 단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길 바라는 것만 같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걀 판매가 대형마트에서 중단된 상황
피해는 막심하다. 친환경 농장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만큼 10년 이상 꾸준히 거래한 고객들이 많았다. 농식품부의 실수에 대한 정정보도가 나갔음에도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한 거래처가 한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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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10년 이상 달걀을 받아갔던 곳도 거래 중단은 한순간이었다"며 "이미 수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날랐고, 우리 농장은 살충제를 뿌린 농장으로 알려졌다"고 허망한 심정을 전했다. 현재까지도 적합 농장인 A농장을 부적합 농장으로 잘못 발표한 정보를 그대로 퍼나른 SNS 게시물들이 허다하다.
B씨는 정부로부터 피해 보상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처음 부적합 농장이라고 발표가 잘못 나왔을 때 대처방안을 질문하려고 시청과 주무 부처 쪽에 전화를 했지만 기다리라고만 했다"며 "막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추후 보상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테지만 B씨 부부는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외려 기자를 격려했다. 이어 "우리 농장 초란이 맛있어 주고 싶은데 현재 유통을 못하게 해 줄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A 농장은 '안전한 달걀이니 유통해도 된다'는 적합 인증서가 하루빨리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잃어버린 고객과 여전히 떠돌아다니는 잘못 퍼진 정보에 대한 대책을 내주는 곳은 없다. 농장주는 "앞으로 산란계 농장 관리에 대해서 정부를 신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