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뭉치자 '푸틴 돈줄' 가스회사 적자…못판 석유는 북한에?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김희정 기자 2024.05.04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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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국영 가스 기업인 가스프롬이 24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중단하면서 가스 무역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방의 제재 속에 러시아는 북한에 대량의 석유를 공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바이칼-아무르 간선 철도(BAM) 착공 50주년 행사 중 철도 산업 대표들과 회의에 참석해 “BAM 처럼 국제 북남교통로도 가장 넓은 국제 협력의 모범이 돼야 한다” 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뉴스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바이칼-아무르 간선 철도(BAM) 착공 50주년 행사 중 철도 산업 대표들과 회의에 참석해 “BAM 처럼 국제 북남교통로도 가장 넓은 국제 협력의 모범이 돼야 한다” 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뉴스1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을 종합하면 가스프롬은 지난해 6290억루블(약 9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로 적자를 냈던 1999년 이후 첫 연간 손실이다. 매출도 8조5000억루블(122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30% 줄었는데, 특히 이중 가스 판매 매출이 4조1000억루블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가스프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 줄'로 알려진 국영 가스 기업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에도 회사는 1조2000억루블(약 17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경제 제재에 나섰지만 러시아가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가스 판매 수익이 있었다.

당시는 유럽 주요국의 러시아 가스 수입 의존도가 워낙 높아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고 싶어도 단번에 주문을 끊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은 치솟았다.



하지만 유럽이 러시아를 대체할 가스 공급원을 찾아내면서 제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뜻한 날씨와 국제 가스 가격 하락 등이 맞물려 가스프롬은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럽연합(EU)의 전체 가스 수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0%에서 2023년 8%로 낮아졌다. 시장에선 가스프롬이 유럽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수입원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체는 중국의 주문이 대신 늘었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대중 수출량은 최근 10년간 평균치(2300억㎥)의 약 10분의 1(220억㎥)에 그쳤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같은 날 미국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러시아가 유엔 전문가 패널의 권한 갱신을 거부한 동시에 보스토치니항에서 북한으로 정제된 석유를 수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제재에 따라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되지만, 커비는 지난 3월에만 러시아가 16만5000배럴 이상의 정제 석유를 북한에 선적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양을 1, 2월에도 보냈다면 한도치에 육박한다.

러시아는 지난 3월말 유엔 전문가 패널의 권한 갱신을 거부했는데, 미국은 이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행위를 숨기려는 의도로 평가했다. 커비 보좌관은 미국이 "북·러 간 무기 및 정제 석유 이동을 촉진하는 이들에 대해 계속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공격용 무기를 보내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유엔 제재 감시단에 따르면 1월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시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는 북한의 화성-11형 탄도미사일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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