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데, 또 규제"…시련의 유통기업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7.08.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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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신세계 스타필드 등 복합몰·아울렛 정조준…'인건비 50% 분담 의무화' 대형마트도 악재

'스타필드 하남' 전경/사진=뉴스1'스타필드 하남' 전경/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도 높은 유통산업 불공정행위 근절 대책을 내놓으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장기 불황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실적 악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요일 의무휴업, 신규출점 제한 등에 이어 유통기업을 옥죄는 추가 규제 정책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발표한 '대형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간 거래관행 개선방안'에 따르면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등 유통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통했던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은 오는 12월부터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대형마트의 경우 시식행사 등 납품업체 판촉행사 직원 인건비의 절반을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또 규제"…시련의 유통기업들
◇"가뜩이나 어려운데, 또 규제"…대형마트 시식행사 사라질까=공정위가 이번에 내놓은 유통관련 개선방안은 가맹분야에 이은 2번째 종합대책으로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의무 신설 등 전방위적인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담았다. 복합쇼핑몰과 아울렛까지 대규모유통업법 대상을 확대한 것은 실제로는 유통업을 하면서도 부동산 임대업으로 등록해 사업을 키운 신세계 스타필드를 정조준했다는 해석이다.

유통업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대부분이 예고됐던 내용인데다 백화점과 TV홈쇼핑에 이어 대형마트의 판매 수수료를 공개하는 방안은 그 대상이 많지 않아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마트의 경우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80% 안팎이 직매입 방식으로 구성되는 만큼 수수료 공개 대상이 10~2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점포에서 진행하는 판촉행사 직원 인건비의 50%를 유통업체에 분담하라는 내용은 시장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일요일 의무휴업, 신규출점 제한 등 유통규제에 온라인몰과의 경쟁으로 수년째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담감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각 점포에서 진행하는 판촉행사는 식품·생활용품 업체 요청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식행사요원 등은 각 브랜드가 파견한 직원들이기 때문에 마트에선 업무지시는 물론 어떠한 권한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유통업체에 비용을 내라고하면 지금처럼 운영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자체 기획한 단기 판촉행사에선 현재도 업체와 유통사가 절반씩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판촉행사나 인건비 분담 적용 대상 가이드 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또 규제"…시련의 유통기업들

◇전방위 유통 옥죄기 '왜'…대통령 공약 속도내나=공정위가 전방위 유통산업 옥죄기에 나선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 주요 공약에는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등 유통 규제안이 포함돼 있다. 국회에 유통 대기업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수 십 건 계류돼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국내 유통산업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영업자,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 등 서민과 대치되는 산업으로 분류돼 단골 정치 이슈로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판촉사원 인건비 분담 기준의 경우 유통업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공정위가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롯데마트의 창고형할인점 '빅마켓'이 납품업체 직원 인건비 등 판촉비를 전가했다며 과징금 13억원을 부과했는데 3년간의 법정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제도적 근거가 약해 소송에서 졌다고 판단한 공정위가 기준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경제검찰' 공정위의 엄포성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C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정기관은 그 자체가 주는 위압감이 있다"며 "유통산업을 불법, 비리의 근원인 것처럼 몰아 세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은 어느 분야, 어느 기업을 털겠다는 식으로 예고하는 것이야 말로 적폐"라며 "정상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을 공정위의 존재 이유로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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