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몰래 회수' 제주지검 해당검사 "조직적 은폐 확인을"

뉴스1 제공 2017.07.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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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망에 '사건 재배당 지시·감찰 이첩' 등 의혹 제기
"그 날 이후 한 달 열흘간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제주지검이 사기사건 수사과정에서 담당검사 몰래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회수해 논란이 된 가운데 담당검사가 사건 내용과 의혹을 검찰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

A 검사는 27일 검찰 내부 전산망(이프로스)에 '제주지방검찰청 A 검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제가 소속 청 간부들에 대해 감찰을 청구한 것에 저도 인간적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고 감찰로 인해 겪으실 고초를 생각하면 더 고통스럽다"며 "그 날 이후 한 달 열흘간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A 검사에 따르면 카카오톡, 이메일 계정 2개, 피의자의 휴대전화 2개의 문자송수신 내역을 확인할 취지의 압수수색 영장 계획을 지난달 14일 김한수 차장검사가 결재했다. 그러나 지휘부는 기록이 잘못 접수됐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철회했다.

A 검사는 "제가 법률가로서 가지고 있는 의문"이라며 5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A 검사는 '영장서류 접수 사실의 조직적 은폐'라며 "저에게 '서류는 접수되지 않았고 전산만 접수됐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서류가 접수된 사실을 감추려고 했는지, 전산 접수된 사실은 어떻게 알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톡과 이메일,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것만 제외하고 나머지 수사는 절차대로 진행해 기소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간부들은 법원에서 회수된 기록을 24시간 가까이 보고 저에게 '다음 날(16일) 바로 처리하라'고 했다"며 갑작스러운 수사종결 지시에 의문을 표했다.

이어 "다음 날(16일) 11시에 영장 원본 반환 후 2시간만인 1시쯤 기록을 오늘 처리하거나 부장실로 넘기라고 했다"며 "검찰청법상 기록재배당(직무이전지시)은 검사장님 결정 사안이다. 부장실로 넘기라고 한 것이 부장님의 독자적인 결정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 검사는 "대검 특별감찰단 운영에 관한 지침에는 '직권남용 및 대내외적으로 파급될 개연성이 큰 비위'의 경우 원칙적으로 대검에서 처리하되 '경미한 사안'에 대해 고등검찰청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규정"이라며 "누가 왜 경미한 것으로 판단해 광주고검에 이첩을 지시했는지 궁금하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청은 한 검사가 같은 피의자에 대한 사건을 수사 중일 경우 동일한 피의자에 대한 새로운 사건은 같은 검사에게 배당한다"며 "어떤 경위로 나중에 송치된 본건이 이미 동일 피의자에 대한 동종 죄명의 사건을 2개나 수사중이었던 제가 아니라 다른 검사에게 배당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 검사는 "피의자의 변호사는 제주지검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고 피의자가 설립한 회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된 분"이라며 "이런 경우일수록 검찰이 전관예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선명하게 해야할 뿐만 아니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검사가 청구한 영장을 회수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특히 '차장결재'가 끝나 정식으로 접수된 영장을 회수한 것은 심각한 절차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석환 제주지검장과 해당 사건의 변호인 김모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동기(21기)로 알려지며 봐주기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제주지검은 "지검장이 당일 오후 4~5시 사이 사건을 살펴본 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 피의자가 제출한 자료가 상당한 데 굳이 압수수색이 필요하겠냐'고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맞지만 법원에 접수되기 전에 내린 지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시를 받고 직원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법원에 넘긴 상황이어서 급하게 취소했다"며 "담당검사에게 영장청구를 취소한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생각해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진상조사를 마치고 이 사안을 엄중하게 파악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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