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성과급 손본다"는 정부.. 금융권 CEO 얼마 받기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주명호 기자, 최동수 기자 2017.07.24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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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만 연 20억 받는 금융권 CEO '제동'..9월부터 총액 20억원 한도로

"고액성과급 손본다"는 정부.. 금융권 CEO 얼마 받기에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단기성과급 위주의 금융권 연봉 지급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가 이익을 내도 성과급을 4년간 나눠 지급하고 손실이 나면 성과급을 깎거나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배구조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오는 9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중엔 지난해 성과급만 20억원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금융권 임원의 고액 연봉을 손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 금융회사의 임원 연봉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회사 CEO 연봉, 성과급 따라 수십억원=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금융회사 CEO 가운데 ‘연봉킹’은 27억200만원을 받은 윤경은 KB증권 사장이었다. 윤 사장은 지난해 상반기 성과급으로 20억원을 챙겨 연봉이 크게 뛰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24억2100만원을 받았는데 12억5460만원이 단기 성과급이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21억6300만원을 받아 연봉이 가장 많았다. 정 회장은 급여와 상여금이 각각 12억5000만원과 9억1300만원으로 엇비슷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15억3700만원),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14억7500만원),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14억6200만원) 등 삼성계열사 CEO도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2금융권 CEO들은 대부분 성과급의 보수총액의 절반가량에 달했다.



은행계 금융지주 회장 중에선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가장 많은 15억7200만원을 받았다. 한 전 회장은 2011~2013년 재임기간에 부여된 장기성과급만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34억2400만원, 4억4000만원 등 총 38억64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3억2100만원을 받았고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윤종규 회장은 KB지주에서 5억5400만원, KB국민은행에서 4억70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사상 최대 실적인데 고액 성과급 파티 제동 걸리나=실적이 좋은데다 주가도 강세라 올해 금융권 CEO 연봉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CEO 연봉은 크게 기본급, 수당, 단기성과급, 장기성과급으로 구분되는데 단기성과급과 장기성과급은 실적과 주가에 연동된다.

오는 11월 임기 3년을 채우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2분기 순익이 9901억원으로 금융권 1위를 탈환한데다 주가와 시가총액도 모두 대장주 자리를 회복해 성과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올 상반기 최대 실적을 내고 주가도 크게 올라 성과급 증가가 예상된다. 올해 들어 하나금융과 KB금융의 주가는 각각 60.64%, 53.98%로 올랐고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은 47.45%,15.58%씩 상승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일반직원 평균 대비 약 20배 전후, 초임직원에 비해서는 약 30배 전후다. 예컨대 신한금융은 직원 평균 임금이 8200만원, 초임이 5500만원(2015년 기준)으로 회장이 평직원에 비해 19배, 신입직원에 비해 28배의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단기성과 위주 고액연봉 제동” VS “지나친 경영 간섭”=현재까지는 금융권 임원 연봉과 관련해 직접적인 규제는 없는 상태다. 지난해 8월에 시행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성과급을 이연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금융당국은 2014년에 금융회사 모범규준을 만들어 기본급, 수당, 단기성과급, 장기성과급을 4억원, 4억원, 4억원, 8억원 등 연간 총 20억원 한도로 지급하고 CEO의 성과 연동 보수에 대해서는 3년 이상 이연 지급하도록 했지만 지배구조법이 시행되면서 폐지됐다.

이에 금융위는 오는 9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개정해 성과가 발생한 해당 연도에는 성과급을 최대 60%만 주고 나머지 40%는 이듬해부터 3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한다. 이듬해부터 이연지급하는 성과급도 첫해에 집중되지 않도록 3년간 균등하게 지급해야 한다. 또 CEO의 총급여 한도를 지난해 폐지된 모범규준과 비슷하게 20억원 한도로 사실상 제한하고 단기성과급을 총급여의 5분의 1 수준으로 묶기로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은행은 내규상 단기성과급 비중을 일정 비율 이하로 가져가고 있으나 증권사 등 2금융권은 단기성과급 비중이 높다”며 “이번에 금융위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해 단기성과급 비중을 낮추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제조업과 달리 금융회사는 실적에 금리 영향이 상당히 큰데 실적에 연동해 성과급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금융권 일각에선 불만도 제기된다. 2014년 모범규준을 만들 당시 금융권 CEO 연봉이 미국 등 선진국 대비 크게 낮아진 데다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임원 보수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관치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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