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가짜뉴스는 언론보도처럼 보이도록 가공해 유포하는 거짓정보를 말하나 유언비어, 허위사실, 비방 등과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은 아니다.
이처럼 가짜뉴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가짜뉴스를 생성·배포하는 행위를 따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짜뉴스만 강조하다보면 일반적인 사회적 논의까지 무차별적으로 제재할 위험성이 크다. 권력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국민들의 건전한 비판마저 허위사실 유포라는 굴레를 씌우기 십상이다.
가짜뉴스는 해악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이유와 의사표현의 자유와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적절한 규제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악의적인 가짜뉴스라도 일일이 골라내기가 쉽지 않고 잘못하다가는 건전한 비판까지 싸잡아 처벌할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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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메르스 발병 당시 박근혜 정부는 초기 진화에는 실패했지만 메르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엄벌하겠다며 서둘러 잡아들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할 도구가 다양해지면서 별다른 제한 없이 가짜뉴스가 넘치고 있어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올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가짜뉴스를 24시간 이내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유로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페이스북법)을 추진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독일 의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같은 소셜미디어와 카카오톡, 밴드 같은 모바일메신저는 가짜뉴스 확산을 용이하게 한다. 회원들은 친밀감, 동질감 때문에 서로에게 전달되는 가짜뉴스를 쉽게 진짜로 받아들인다. 굳이 진실여부를 밝히기보다는 자기가 생각하는대로 믿어버리는 ‘확증편향’ 이라는 심리적 현상도 한 몫 한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경우 가짜 뉴스를 퍼뜨려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예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등에 올린 가짜뉴스 조회수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경우까지 있다.
이번 국민의당 사건처럼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힐러리가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가짜뉴스 '피자게이트'도 트럼프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거나 이미 발생한 사실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크다.
지난 3월 현대경제연구소는 실제 기사의 1% 정도가 가짜뉴스라고 가정하면, 당사자 피해 금액 22조7700억원, 사회적 피해 금액 7조3200억원으로 연간 30조9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명목 GDP(2015년 1559조 원)의 약 1.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런 문제로 올해 정치권에서도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주호영(바른정당), 김관영(국민의당) 의원 등 당을 가리지 않고 가짜뉴스 방지를 위한 개정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주로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공직선거법 등 개별법 개정으로 인터넷 사업자와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개별법의 개정을 통한 가짜뉴스 방지는 또 다른 공백을 초래하거나 지나친 규제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아예 가짜뉴스와 다름없는 고의적인 막말, 혐오표현, 사실왜곡 등에 대한 문제까지 포괄해 규제 범위와 발동요건을 정해 ‘가짜뉴스 방지와 처벌법’ 제정을 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실수로 인한 잘못된 정보, 오보, 오해와는 구별되는 의도적인 허위사실이나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이 있는 가짜뉴스는 규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