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앓는 이태원 상권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7.05.15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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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 줄어 손바뀜 잦아져…급매·무권리점포↑

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뒤편 이태원 주요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뒤편 이태원 주요 상권 전경. @머니투데이 DB.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이태원도 예전 같지 않죠. 상권이 커지는 와중에 한 풀 꺾인 분위기예요.”
 
지난 13일 오후에 찾은 서울 이태원의 A부동산중개업소 유리창에는 ‘무권리점포’ ‘급매’가 붙은 매물들이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몰려드는 젊은 창업자로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던 2~3년 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금요일 오후면 일찌감치 각국 젊은이로 북적이던 이태원 역세권 대로변과 골목 안쪽은 눈에 띄게 한가해 보였다. 화창한 날씨에 창을 활짝 열어젖힌 카페와 식당, 레스토랑들이 개성 있는 거리 풍경을 연출했지만 자리 없이 빼곡히 들어찬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이곳 중심상권 임대료가 1층은 33㎡ 이하 작은 곳도 월 250만~300만원에 육박한다”며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액)가 낮은 편이 아니지만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손바뀜이 잦고 유행에도 민감한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 경리단길과 해방촌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2~3년새 껑충 뛴 임대료와 최근 줄어든 유동인구로 권리금을 대폭 낮춘 급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임차인이 없었던 신축 상가건물의 경우 권리금이 없는데도 임대료가 비싸 상당 기간 공실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

성장통 앓는 이태원 상권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서울 이태원 상권의 월평균 임대료는 전분기 대비 6.2% 상승하며 3분기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임대료가 3.0%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하철 이태원역 역세권과 경리단길, 해방촌 등 대로변과 인근 주택가로 상권이 확대되면서 임대료 호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임대료 급등에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이 매장문을 닫거나 후암동 등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상권 분위기는 한 풀 꺾인 모습이다.
 
홍대 상권이 합정동, 상수동, 연남동, 망원동 일대로 커지면서 기존 중심상권이 주춤하고 상가 손바뀜이 잦은 것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상권 확장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조정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위 ‘뜨는 골목’이 늘면서 내국인, 관광객이 분산되고 가까운 용산 미군기지가 연내 평택으로 이전을 완료하는 등 유동인구가 이전보다 줄어든 영향도 있다.
 
이태원의 H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실제 권리금을 낮춘 급매물도 많이 나오고 무권리 점포도 적지 않다”며 “요즘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미군부대 이전 후 공원이 조성되면 유동인구가 다시 늘고 상권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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