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봉인해제? 투표 때도 나오는 말 '봉인' 원뜻은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7.05.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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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74. 봉인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중앙선관위 유튜브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관리 교육영상' 중 일부 장면 갈무리. 봉투가 봉인된 모습. ☞ 영상 바로가기 중앙선관위 유튜브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관리 교육영상' 중 일부 장면 갈무리. 봉투가 봉인된 모습. ☞ 영상 바로가기


"AOA가 김신영을 만나니 입담을 봉인 해제했다. … 솔직한 답변으로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한 연예 기사의 일부인데요. 요즈음 '봉인 해제'라는 표현이 유행어처럼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이 말은 막아 놓은 것을 풀거나 숨어 있던 능력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쓰이는데요. 그러면 '봉인'의 원래 뜻은 무엇일까요? 9일 마무리될 투표 과정에서도 이 말이 등장합니다.

봉인은 말 그대로 설명하면 '밀봉한 뒤에 도장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그 도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요즘은 도장 쓸 일이 별로 없지만 공적인 서류를 작성할 때 보면 끝부분 이름 자리 옆에 (인)이라는 표시가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봉인의 인(印)도 같은 말입니다.



위 사진은 투표가 끝난 후 남은 투표용지를 봉투에 담아 테이프로 입구를 봉한 뒤 도장을 몇 번 찍은 모습인데요. 도장은 테이프와 봉투에 걸쳐서 찍혀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 떼었다가 붙인다면 티가 나겠지요. 즉 '봉인'은 봉인을 뜯을 수 있는 사람이 열 때까지 물건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행동입니다.

지난달 7일 서울시 선관위에서 열린 개표 시연회에서 관계자가 특수 봉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훼손된 봉인지(아래)에는 하얀색 무늬가 생긴다. /사진제공=뉴시스지난달 7일 서울시 선관위에서 열린 개표 시연회에서 관계자가 특수 봉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훼손된 봉인지(아래)에는 하얀색 무늬가 생긴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번 대선을 비롯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선거에서는 투표함에 특수 봉인지를 붙입니다. 이 봉인지는 훼손시 흰 무늬가 생긴다고 합니다.



자주 쓰는 말 중에도 같은 뜻의 '봉'이 들어간 단어가 꽤 있습니다.

편지나 서류를 넣을 수 있는 종이 주머니는 '봉투'라고 하지요. 봉투로 격려금 등을 줄 때 액수를 밝히지 않는 경우 '금일봉'이라고 합니다. 다른 무언가를 함께 넣으면 '동봉'이라고 하지요.

'봉쇄'는 굳게 막고 잠그는 것을 말하고요. 잠그는 것과 반대로 봉한 것을 여는 건 '개봉'이라고 합니다. 요즘엔 영화를 첫 상영할 때 이 말을 많이 씁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투표할 때 쓰는 도장엔 동그라미 안에 어떤 글자가 있는데요. 어떤 글자일까요?(답은 아래에)
1. 한자 人(사람 인)  2. 한글 'ㅌ'
3. 한자 卜(점 복)  4. 한글 '투'

식욕 봉인해제? 투표 때도 나오는 말 '봉인' 원뜻은
정답은 3번입니다.
1994년부터 지금의 모양으로 쓰고 있습니다. 과거 동그라미 표시만 있었으나 기표한 종이를 접을 때 다른 쪽에 찍혀 무효표가 되는 것을 우려해 1992년 人 자를 넣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선에 나선 김영삼 후보의 'ㅅ'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있었고 1994년부터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卜 자는 기표용지를 접어 다른 쪽에 찍혀도 모양이 반대로 나오기 때문에 무효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시작일인 지난 4일 오전 서울역 3층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한 아기의 손에 투표도장이 찍혀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시작일인 지난 4일 오전 서울역 3층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한 아기의 손에 투표도장이 찍혀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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