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커피·버거까지…'벚꽃' 없는 벚꽃 마케팅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7.04.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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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향·색·디자인 '분위기만'…전문가 "벚꽃은 향·맛 없어, 20가지 향으로 만든 이미지"

벚꽃을 활용한 제품들. 호가든 '호가든 체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GS25 '유어스벚꽃스파클링', 달달데이 '벚꽃소주' 스타벅스코리아 '체리블라썸 화이트초콜릿'. /사진=각 업체제공벚꽃을 활용한 제품들. 호가든 '호가든 체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GS25 '유어스벚꽃스파클링', 달달데이 '벚꽃소주' 스타벅스코리아 '체리블라썸 화이트초콜릿'. /사진=각 업체제공


맥주·커피·버거까지…'벚꽃' 없는 벚꽃 마케팅
봄바람 휘날리는 분위기에 빠질 수 없는 벚꽃. 음료·식품에서도 눈길을 사로잡지만 실제 벚꽃이 들어간 제품을 찾기는 어렵다. 있더라도 소량이라서 마케팅으로만 쓰이는 게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벚꽃은 향이 없는 꽃이다.

◇벚꽃 없는 벚꽃전쟁…향·디자인으로 '분위기만'
지난달 말부터 본격 시작된 벚꽃 마케팅이 뜨겁다. 이달 초 진해 군항제를 시작으로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까지 전국을 물들이고 있는 벚꽃을 따라 맥주·소주·와인부터 커피와 음료, 햄버거·요거트 등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벚꽃 전쟁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 벚꽃이 들어있진 않다. 기존 상품에 단순히 벚꽃색을 내기 위한 색소만 첨가되거나 기존 제품 그대로 포장 디자인만 분홍색으로 바꾸기도 한다. 벚꽃이 함유돼 있더라도 거의 없거나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에 따라 제품명에 포함되거나 일정량 이상의 원재료는 꼭 함량이 표기돼야 한다.

GS리테일이 판매 중인 '벚꽃향 핑크버거'는 핑크색 빵과 마요네즈로 분위기를 냈지만 실제 벚꽃추출물은 함유되지 않았고 체리블라썸 합성향료만 첨가됐다. GS '벚꽃스파클링'에는 벚나무 추출액(고형분)이 극소량인 0.05% 함유돼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햄버거나 음료를 드시는 고객들이 실제 벚꽃 함량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분위기를 내려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벚꽃을 식품 등에 넣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커피·버거까지…'벚꽃' 없는 벚꽃 마케팅
◇햄버거·맥주·커피 등 벚꽃 마케팅…벚꽃은 향 없는 꽃
맥주에도 벚꽃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함유된 제품을 찾긴 힘들다. 아사히 '클리어 벚꽃축제'와 기린 이치방 '벚꽃 스페셜 에디션'에는 함량이 표시돼 있지 않다. 호가든은 체리시럽을 넣어 '호가든체리'로 판매하면서 디자인으로 분위기만 냈다.

와인과 소주도 마찬가지다. 식용 벚꽃잎이 함유된 와인에는 벚꽃향 천연착향료가 들어있지만 함량은 표시돼 있지 않다. 금복주에서 판매하는 '맛있는 참 벚꽃 스페셜'은 색소와 디자인으로 분위기를 냈지만 벚꽃 함량은 없다.


시중에 판매되는 벚꽃 소주 중에선 포장마차 프랜차이즈업체 달달데이에서 발매한 '벚꽃소주'에 가장 많은 양이 포함돼 있다. 달달데이 관계자는 "국내산 벚꽃에서 추출한 용액이 소주의 20% 넘게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 후디스에서 판매 중인 '후디스 그릭 벚꽃 에디션'도 분홍색 디자인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로 벚꽃 함량은 없다. 스타벅스 체리블라썸 커피시리즈는 벚꽃 파우더가 첨가되지만 양은 많지 않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음료에 벚꽃 추출물을 추출한 파우더가 들어간다. 양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실제 커피에서 벚꽃 향이 나는 것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극히 소량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벚꽃은 마케팅 곳곳에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론 향이 없는 꽃이다. 벚꽃에는 실제 향이 없지만 사람들은 이미지를 갖고 있을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식품·향수 등에서 쓰이는 향은 이미지를 토대로 만들진 것이다.

조향사인 최기영 GN(지엔) 조향스쿨 마케팅본부장은 "벚꽃은 향의 거의 없는 꽃 중에 하나"라며 "향이 없기 때문에 맛도 거의 나지 않는다. 벚꽃 향은 약 20여 가지의 향을 섞어 만든 이미지"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리는 봄꽃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DB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리는 봄꽃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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