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중수익'시대 달러투자…수준별 투자방법은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7.04.08 04:29
글자크기

달러통장·달러RP·파생상품 등 투자목표·성향 따라 다양한 수단…달러표시 자산도 유효

1년에 1~2번 해외여행을 다니는 30대 직장인 김머니씨는 1000만원 가량 여윳돈으로 달러를 사놓곤 한다. 출국이 임박해서 높은 환율을 맞는 상황을 피하려 시작한 달러투자다.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여행 경비로 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사모았더니 연 수익률이 5~8%로 쏠쏠했다.

1%대 저금리와 박스권 증시의 장기화로 안정을 택하자니 수익이 적고, 수익을 택하자니 위험성이 부담스러운 시절이다. 적당한 위험부담에 적당한 수익. 즉 '중위험-중수익'이 대세가 된 재테크에서 달러 투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해외여행 경비용이 아니더라도 1000만원대 종잣돈을 굴리는 직장인에게 달러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환차익 기반 수익구조로 은행금리를 웃도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강세를 보였던 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 가까이 내려왔다. 투자업계에선 2분기가 달러투자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수단. 달러투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달러투자=환전 후 달러 보유'다. 단순한 현금 보유는 가장 소극적인 달러투자 방법으로 꼽힌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환전 한도가 1인당 2만 달러로 금액 제한을 받고 환차익만 노리기 때문이다. 투자성향과 감당 가능한 위험 부담 정도에 따라 다양한 투자방법을 선택하는 게 관건이다.



'중위험·중수익'시대 달러투자…수준별 투자방법은


◇소극적인 투자자라면 은행을 찾아라= 대표적인 달러투자 수단은 은행의 외화예금이다. 흔히 '달러통장'이라고 불린다. 누구나 소액으로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여행 후 남은 달러 등을 보관하는 데도 유용하다.

기본적으로 외화예금은 원화로 가입하는 예금과 동일한 구조를 지닌다. 현금을 맡기고 그에 대한 이자를 은행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유입출금, 정기예금같이 상품에 따라 적용금리도 차이가 있다. 물론 원화 예금과 마찬가지로 금리도 시중금리와 비슷한 1% 미만이다. 환차익과 이자가 수익으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일 때 1%이자 자유입출금 외화통장에 1000만원을 들여 1만달러를 입금했다고 가정하면 1년 뒤 이자 100달러가 붙는다. 여기서 환율이 100원 올랐을 경우 원리금 1만100달러는 1111만원(1만100달러×1100원)이 돼 수익은 111만원이다.


다만 외화예금은 원화로 인출 시 환전수수료에 해당하는 '외화현금수수료'를 징수한다. 대개 은행이 달러로 입금한 예금을 달러로 인출할 때만 수수료를 면제한다. 원화 기준 수익률을 계산할 때 당시 환전수수료가 싼지, 외화현금수수료가 싼지 고려해야 한다.

◇1% 이자가 부족하다면 증권사로 가자= 증권사는 외화예금과 비슷한 달러 RP(환매조건부채권)를 취급한다. RP는 증권회사가 보유한 채권을 나눠 팔고 약정기간 후 투자자로부터 다시 사들여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지급하는 이자가 은행의 외화예금에 비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증권에서 판매하는 특판 상품의 경우 최대 2%까지 이자를 지급한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매입해야 하며 수시입출금식 RP와 투자기간을 정하는 약정식 RP가 있다.

달러 표시 RP 대개 국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점도 매력이다. 증권사의 부도 위험성을 제외하면 환율변동에만 신경 써도 무방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상품에 따라 최소 투자 금액이나 최대 투자한도가 설정된 점은 단점이다.

2% 이상 수익을 노리거나 환율 하락 국면에도 수익을 내고 싶다면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상장지수펀드)나 ETN(상장지수증권)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만큼 주식처럼 사고팔 수도 있다.



'2X'나 '레버리지' 상품은 계약조건 충족 시 수익을 2배로 지급하고, 인버스 상품은 달러 하락국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수익성이 높고 상품 구조가 다양한 만큼 늘어난 위험부담과 비과세인 환차익과 달리 15.4% 소득세는 투자자 몫이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달러 ETF는 12종이다. 과거 달러 파생상품은 키움자산운용에서만 취급했지만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2월 KB자산운용이 달러 파생상품을 출시하며 선택 폭이 넓어졌다.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달러 하락장 덕이다. 키움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의 인버스 상품이 15%대 3개월 수익률을 기록했다. 달러변동과 직결되는 만큼 인버스형을 제외한 펀드들은 6개월 수익률만 1%대 수익률을 보였다.



◇'고수의 투자법' 달러자산·환노출로 수익을 = 달러를 직접 사거나 달러 파생상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달러 투자는 가능하다.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도 일종의 환 투자라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환율 상승이 예견될 때 의도적인 환노출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미국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채권은 물론, 투자수익을 이자처럼 제공하는 리츠 등 다양한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이나 신흥국이 달러화 표시로 발행한 채권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정보가 부족한 해외시장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에게는 한국 기업이 달러 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인 'KP물'을 추천한다고 한다. 달러 표시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데다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특징 덕에 위험도를 관리할 수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환전 후 현금으로 보유하는 달러투자는 환율 변동 이익만 취하는 소극적 전략"이라며 "채권과 KP물, 리츠 등 다양한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게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 시 자산 분배 차원에서 외화 자산을 보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환차익뿐만 아니라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 같은 대형 악재가 발생하면 달러화는 손실을 상쇄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하다는 조언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