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올 수주량 절반 채웠다…P플랜 갈림길 D-16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7.04.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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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4월 본계약 앞둔 선박 합하면 10억弗 수주…계약 대상 모두 20년 이상 단골 백기사 선주

사우디아라비아 선주 벨라 인터내셔널 마린이 발주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CC/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사우디아라비아 선주 벨라 인터내셔널 마린이 발주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CC/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31,000원 ▼200 -0.64%)이 이달 중 10억 달러 수주를 가시권에 뒀다. 정부 추가 지원안 전제 조건인 연내 20억 달러 수주의 절반을 달성하게 되는 것.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 가동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회사는 20년 이상 협업으로 신뢰를 구축해둔 '단골 선주'의 지원사격 덕에 일말의 희망을 보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31,000원 ▼200 -0.64%)은 그리스 최대 해운사 안젤리쿠시스 그룹 자회사인 '마란 탱커스'로부터 31만8000톤 규모의 초대형유조선(VLCC) 3척을 약 2억5000만 달러 (약 2800억원)에 수주했다고 4일 밝혔다.



척당 수주가격은 약 8300만달러로 글로벌 시세보다 높게 계약이 체결됐다.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3월 기준 VLCC 선가는 8000만 달러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대우조선이 위기상황에 빠질 때마다 지속적으로 발주를 해 준 '백기사'다.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자구안이 발표될 당시에도 LNG선 2척과 VLCC 2척을 발주했으며, 수주가뭄이 지속된 지난해 12월에도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1척을 발주했다.



20년 이상 쌓인 거래실적이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지원사격을 받은 배경이다.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1994년 첫 거래 이후 이번 계약을 포함해 총 92척의 선박을 대우조선에 발주했다. 현재 총 18척의 안젤리쿠시스 그룹 선박들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루마니아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이번 수주로 대우조선은 이달 안에 올해 누적 수주 10억달러 달성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대우조선은 현재까지 이번 수주 포함, LNG선 2척, VLCC 5척 등 총 7척 7억7000만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 2월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이달 중 본 계약이 예정된 LNG-FSRU 1척(약 2억3000만~2억5000만달러 추정)까지 포함하면 4월까지 수주는 최소 10억달러가 된다.

이는 자구계획안의 전제 조건인 연내 20억달러 수주의 절반이다. 정부가 외부전문기관에 위탁해 전망한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예상치는 20억달러다. 신규수주가 이를 밑돌면 당장 필요한 자금 유입이 끊긴다. 조선경기 불황으로 처리해야 할 일감이 도크에 계속 머물게 되면 추가 인력 감원도 요원해져 정부가 제시한 자구계획을 이행하기 힘들어진다.


이번 수주에 앞서 계약을 체결했던 선주들도 모두 대우조선의 단골 고객이다. 꾸준한 관계를 맺어온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슨 소유의 선사들은 올해 대우조선에 LNG선 2척과 VLCC 2척을 발주했다. LNG-FSRU 1척에 대한 LOI를 체결한 미국 엑셀러레이트 에너지 역시 대우조선의 20년 단골 발주처다.

이들 외에도 단골 고객은 더 남아있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라인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대우조선에 지금까지 10조원 이상의 선박을 발주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글로벌 오일메이저 셰브론이 단골로 꼽힌다. 1990년대 초반부터 대우조선과 거래해 온 셰브론은 대우조선과 해양플랜트 발주에 대한 기본합의서(Frame Agreement)를 체결한 상태다. 셰브론이 발주하는 각종 프로젝트를 대우조선이 우선 수주할 수 있는 조건의 합의서다.

대우조선은 나머지 10억불 수주를 위해 이들 단골 고객을 집중 공략할 전망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추진 중인 수주 가운데 경쟁수주는 없다"며 단골 선주를 통한 수주에 주력 중이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원 계획 전제조건 수주액의 절반을 넘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최근 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 '한정 의견'을 받아 추후 수주가 더욱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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