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만 실업자 게을러서 논다?…주류경제학의 착각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7.03.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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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경제학 위의 오늘…경제학은 어떻게 우리 삶을 통제하고 있나?

135만 실업자 게을러서 논다?…주류경제학의 착각


"인간이 별건가. 등 따숩고 배부르면 최고고, 그게 마련되어야 딴생각도 할 수 있지. 문제는 경제야!" 누구나 한 번쯤 해봤거나 들어봤음직한 생각이다. '인간에게는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며, 따라서 인간은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경제적 존재인 '호모에코노미쿠스'다.' 현대 사회에서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는 주류경제학의 가정이다.

새 책 '경제학 위의 오늘'의 저자 한성안 교수는 경제가 정치, 사회, 문화를 결정한다는 '경제주의'를 비판한다. 오히려 사회가 경제를 강력히 결정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경제가 정치, 사회, 문화 등 '비경제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수학방정식으로 범벅되고, 이자율, 통화량, 주식과 채권, 수출, 이윤, 수요, 공급 등을 다루는 학문을 경제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주제는 일반인들의 삶과 별 관계가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에겐 오히려 전셋값, 월급, 실업, 물가, 불평등, 빈곤과 같은 단어가 더 익숙하다. 이런 경제 문제에는 정치, 사회, 문화 같은 비경제적 요인들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 교수는 인간이 노동을 꺼리는 '게으른' 존재라는 주류경제학의 정의에 문제를 제기한다. 주류경제학에 따르면 실업은 자발적인 현상이다. 교육부가 이 논리를 그대로 반영해 졸업생들을 자발적 실업자로 취급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니 취업자 수만 조사하고 전화로 취업 여부를 확인하며 취업을 독려하는 수준의 해결책만을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분배와 복지, 저출산, 최첨단 기술 혁명, 보호무역과 국민국가 등 오늘날 이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경제 이슈와 삶의 문제를 경제학 위에서 조명하고 있다.

◇ 경제학 위의 오늘=한성안 지음. 왕의서재 펴냄. 324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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